[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최근 접촉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보증금에 준하는 임대주택을 사게끔 우선공급권을 주거나 그 건물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해줄 뿐, 궁극적으로 피해금액을 회복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애써 본회의에 통과시켰던 전세사기 특별법도 피해자들의 삶을 그 전과 같이 되돌려줄 수는 없었다.
범죄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위를 하기도 조직을 꾸리기도 한다. 피해액을 조금이라도 배상받을 수 있을지 재판마다 들어가 방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 회복은 지난하다. '흉기 난동 사건'으로 알려진 하루인베스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은 재판이 늘어지는 데다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을 수 없다며 최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피해회복은 요원하다. 법원에 제출한 배상명령신청도 기각당해 재판 결과가 나와도 돈을 받을 수 없다.
피해자들은 사건의 실마리라도 알기 위해 열람등사 신청을 했지만 두어번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각당했다. 형사 사건은 기본적으로 판사-검사-피고인이 주가 되는 만큼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부 주기 어려운 탓이다.
결국 범죄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이 돼 재판에 넘겨져도 피해자들은 여전히 곤경을 겪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기 사건을 주로 다루는 경찰 관계자는 '예방이 최선'이라고 고개를 젓기도 했다.
피해자가 소외되는 건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유가족들이 증언할 기회는 맨 마지막으로 밀려났고, 검경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배제돼 제대로 진술하지도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센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강력범죄부터 사기까지 어느 범죄든 가리지 않고 피해자들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충실히 이행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접촉한 피해자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아쉽다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로맨스스캠 피해자는 심리상담을 지원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범죄자와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연결된 만큼 범죄 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워하는 피해자들이 많지만, 단순히 사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 여성계 관계자는 교제폭력 지원과 관련해서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교제폭력 피해당사자는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모든 범죄사실을 경찰에 일일이 신고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규정을 폭넓게 해석해 피해자를 최대한 도우려 하지만, 원스톱 솔루션센터는 신고된 범죄에 관해서만 지원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센터와의 명확한 차별점도 두지 못한다. 경찰 관계자들은 여전히 여성폭력 사건을 원스톱 솔루션 센터에 이관하기보다는, 해바라기센터 쪽으로 안내하고 있다고도 했다.
원스톱 솔루션 센터가 생겨난 이유는 경찰에서도 법정에서도 속시원하게 해주지 못하는 일을 하는 데 있다. 바로 피해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것이다. 개소한 지 두달이 되는 센터가 그들의 피드백에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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