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간첩조작 사건’ 고 한삼택씨, 항소심도 무죄···유족 “검찰, 상고 말길”

2024-10-31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 한삼택씨가 재심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재판장 이훈재)는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던 한씨의 재심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서무주임으로 근무하던 한씨는 조총련 관계자들과 서신을 주고 받고, 이들로부터 학교 교장 관사 신축자금 63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1970년 기소됐다. 한씨는 1971년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고, 간첩으로 낙인찍혀 생계에 어려움을 겪다 1989년 사망했다. 한씨 유족은 그가 불법체포와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터무니없는 죄를 뒤집어썼다며 2021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조총련 관계자들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것을 피고인이 사전에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는 점, 피고인의 각 행위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선고가 끝나자 한씨의 딸 혜정씨(67)는 울음을 터뜨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한씨 유족은 재심 청구 단계에서부터 검찰과 수차례 맞섰다. 한씨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자 검찰은 항고와 재항고를 했고, 지난 1월 1심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당시 검찰이 항소하자 유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의 항소 및 상고는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국가기관의 의무 불이행이며, 유족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진정도 제기했다.

혜정씨는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면 검찰에서 그만 포기하고 상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기어코 아버지의 누명이 벗겨지고 무죄가 확정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아들 경훈씨(63)도 “검찰은 더 이상 붙들고 괴롭힐 게 아니라 국가를 대신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씨의 유족과 대리인단은 선고 뒤 ‘상고를 제기하려는 경우에는 검찰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상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검찰이 항소까지는 마음대로 진행했지만 상고만큼은 스스로 결정하지 말고 위원회를 열라는 내용의 진정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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