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등 여성 수십명의 사진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의 주범 박모씨에게 법원이 징역 10년의 중형이 선고한 30일 여성단체와 시민들은 “합당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박씨에 대해 구형한 징역 10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손솔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 공동단장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탄원서로 연대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오늘의 선고가 이 사회에 딥페이크 성범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영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대표는 “검찰이 구형한 것이 다 받아들여진 것은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다만 주범이 아닌 가해자에게 구형보다 적은 형량이 내려진 점,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나서서 증거를 확보했던 점,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은 앞으로도 고민해봐야할 지점들”이라고 말했다. 박씨로부터 사진을 받아 허위 영상물을 만든 다른 주범 강모씨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보다 적은 징역 4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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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를 도와 주범을 검거하는 것을 도와온 추적단 불꽃 활동가 원은지 씨는 X에 “검사의 구형을 꽉 채워 받은, 딥페이크 성범죄 재판 역사상 이례적이고 벅찬 순간”이라는 글을 남겼다.
온라인상으로 시민들의 환영도 이어졌다. X에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10년에 기뻐해야 하는 것이 억장이 무너지지만, 이 판결을 시작으로 성 관련 범죄들이 죗값에 맞는 형량이 내려지길 바란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앞서 피해자 측은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 5143명의 탄원서를 모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피해자 한 명이 경험해야 할 피해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여럿인 점을 고려했을 때 10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10년형이 나온 것은 여성들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어 만든 성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는 여성 수십명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10년, 박씨로부터 사진을 넘겨 받아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의 사진을 소재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2000여개를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 대해 징역 10년, 강씨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 배시은 기자 sieunb@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