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라일리 톰슨(등록명 라일리)은 직전 2경기 부진했다. 볼넷을 남발하며 주자를 쌓았고 홈런 한 방으로 대량실점, 자멸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존 안에 공을 넣지 못한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만큼 불안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NC 벤치는 라일리를 신임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한국에서 야구를 배워 가는 외국인 선수가 많다”며 라일리가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훈 투수 코치는 “스터프는 워낙 좋은 투수”라며 자신감만 찾는다면 충분히 KBO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0일 수원 KT전, 라일리는 최근 부진에도 왜 그런 기대를 받을 수 있었는지 결과로 증명했다.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KBO리그 외국인 투수 1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구단 외국인 투수 신기록인 14탈삼진으로 KT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최고 154㎞ 빠른공에 낙차 큰 포크볼과 커브까지. 공 99개 중 75개가 스트라이크일 만큼 제구 또한 이전 경기들과 비교해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다소 존을 벗어나는 공도 있었지만, 워낙 구위가 좋아 KT 타자들의 헛스윙을 계속해서 이끌어 냈다.
라일리가 7이닝 무실점, 후속 김재열과 손주환까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NC는 이날 KT를 7-0으로 대파했다.
라일리는 경기 후 구단을 통해 “앞서 2차례 등판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투수코치님께서 믿는다고 말씀을 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6회 들어서야 첫 안타이자 이날 경기 유일한 안타를 맞았지만 ‘노 히트’ 기록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포인트 보다 내가 가진 것을 더 잘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라일리는 이날 경기를 통해 존 안으로만 꾸준히 공을 집어넣을 수 있다면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새삼 증명했다. 남은 과제는 꾸준히 이날 같은 제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시즌 첫 3차례 등판에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 14개를 내줬지만, 이날은 볼넷 1개와 몸에맞는공 1개로 최소화했다.
NC는 KBO리그 전통의 외국인 명가다. 2023년 에릭 페디와 2024년 카일 하트 등 NC를 거쳐간 투수들이 2년 연속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새로 뽑은 로건 앨런(등록명 로건)과 라일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수 년 간 검증된 NC의 외국인 스카우트 능력 때문이었다.
로건이 매경기 안정적인 투구로 KBO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는 중에 라일리까지 초반 부진을 털어낼 만큼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반등의 계기를 찾았다. 로건과 라일리가 선발 싸움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준다면 NC 역시 순위 싸움에서 버텨낼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