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파라다이스가 서울 장충동에 5성립 호텔 건립을 위한 착공 일정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파라다이스 측은 겨울 한파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전환사채(CB) 조기상환(풋옵션)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8일 호텔 업계 등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지난달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프로젝트 추진’ 관련 착공 일정을 2024년 4분기에서 2025년 1분기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최근 파라다이스 측은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로 내년 상반기 중에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2일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파라다이스 미디어·IR 데이’를 개최하며 서울 장충동 플래그십 호텔 건립을 발표했지만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중이다. 파라다이스는 겨울 한파를 고려해 내부 회의에서 착공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파라다이스는 올 7월 공시를 통해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186-210 인근 1만3950㎡(4220평) 부지에 하이엔드(고급) 호텔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추정되는 호텔 공사비는 5000~5500억원 규모로 설계‧시공사 선정 및 세부 건축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호텔 건립 프로젝트는 종속기업 파라다이스세가사미의 리파이낸싱을 완료하면서 이뤄졌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인천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를 건립하며 차입한 725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지난해 8월에 조기 완료했다. 차입금도 725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줄였다.
앞서 신용도 보강를 위해 2021년 부산호텔 사무동을 1500억원, 2022년 논현동 오피스빌딩을 1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자산유동화로 차입금을 감소시키는 과정을 거쳐 올해 2월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안정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최종환 파라다이스 대표는 서울 장충동에 고급 호텔을 건립해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을 꺼낼 수 있었다. 그는 ‘파라다이스 미디어·IR 데이’에서 보유 현금과 차입을 적절하게 섞어 호텔 공사비를 마련하겠다는 대략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충동 호텔 착공에 들어서기도 전에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했다. 전자금융공시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올해 7월 16일과 10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제7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에 대한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파라다이스는 2024년 8월 12일에 조기상환청구 사채의 권면(전자등록) 총액 91억원, 2024년 11월 12일에 671억원을 지급했다.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전환사채를 취득한 후 이를 소각했다.
문제는 추가적인 조기상환 청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전히 미상환 사채의 권면 총액 1114억원이 남아 있다. 올해 전환사채의 조기상환 청구가 이뤄진 배경은 파라다이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전환가액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파라다이스가 서울 장충동 호텔 건립을 본격화하면 공사비를 위한 자금조달 부담까지 안게 되는 셈이다. 올해 3분기 말 파라다이스 개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385억원이다. 공정가치금융자산은 2264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합산해도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와 호텔 건립 공사비를 보유 현금만으로 방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호텔 공사비 마련 과정에서도 차입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파라다이스가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 등에 따른 대응 후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호텔 건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장충동 호텔은 2028년 개관을 목표하고 있고 공사비 총 5500억원이 투입된다고 보면 매년 14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요구된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전환사채 조기상환에 따른 대응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며 “호텔 공사비용을 마련하는데 자금력은 이상이 없고 내년 상반기 중에 착공에 들어가 2028년에 개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