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한 그날의 흔적을 쫓다…뮤지컬 ‘리지’

2024-10-24

1892년 8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폴 리버, 보든 가(家)에서는 끔직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도끼로 잔인하게 살해된 앤드류와 그의 부인 에비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유력한 용의자로 보든 가의 둘째 딸 리지가 지목된다. 많은 관심 속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리지는 물증이 없어 무혐의로 풀려난다. 과연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리지’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90년 4곡으로 이뤄진 실험적인 록 퍼포먼스로 시작해 20년 간 연구를 거듭한 뒤 2009년 뉴욕에서 초연했다. 미국 유럽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우리나라에선 2020년 초연한 뒤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리지 보든 사건은 130년 동안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국, 유럽 각지에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해 책,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리지’는 네 인물의 심리를 강렬한 락 음악으로 풀어낸다. '리지 보든 사건'에서 리지를 범인이라고 분명히 지목하고, 그 퍼즐을 끼워 맞춘다.

극이 시작하면 리지, 리지의 언니 엠마, 이웃 친구 앨리스, 하녀 브리짓 네 명의 증언이 시작된다. 앤드류 보든과 에비 보든이 살해될 당시 무엇을 했는지, 사건 전 날 일어난 식중독, 도난 사건들과 관련이 있는지, 집에서 발견된 도끼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대답한다. 극은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리지가 아버지와 계모를 죽인 이유와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한다.

리지는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고 계모와 재산 분할 문제로 사이가 안 좋았다. 앨리스와 사랑하는 사이였고, 하녀 브릿지는 리지 편에서 이를 묵인했다는 서사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언들로 이야기가 구성됐고 리지가 아버지와 계모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 리지가 무죄를 받게 된 이유까지 제시한다.

극은 리지라는 여성이 사건의 중심에서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과정을 드러낸다. 폭력과 억압, 동성애, 꿈에 대한 갈망이 혼재된 상황에서 자유를 얻는 한 인간을 그렸다. 해방되는 과정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당시 여성상에 반기를 든다.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무대가 뮤지컬 ‘리지’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4명의 등장인물들은 고전적인 드레스를 입고 있다가 사건이 일어나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선 검은색 가죽 옷으로 갈아입고 폭발적인 노래를 부른다. 해방을 향한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해져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헤드뱅잉하는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무대는 이전의 디지털 매체(LED 스크린) 사용 대신 아날로그적인 메커니즘과 다양한 무대효과로 몰입감을 부여했다. 보든가의 집, 리지가 앨리스와 시간을 보내던 헛간, 법정 등 각 무대요소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음산하다. 콘서트와 같은 조명 효과로 락 음악이 부각되기도 한다.

뮤지컬 ‘리지’는 12월 1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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