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 해소···내수 회복 '기대'와 '신중론' 교차

2025-04-07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장기간 이어졌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침체된 내수 경기가 반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계엄 선포 이후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던 유통업계는 이번 정국 안정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 해소와 실제 경기 회복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며, 기대와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는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리되면서 기업들이 드디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며, "그간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와 지출을 멈추고 전략을 유보해왔던 만큼, 이제는 고용과 소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정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라도 정권 방향이 명확해진 만큼 기업 투자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계엄 사태 이후의 경기 위축은 유통업계의 매출지표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형마트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18.8% 급감했고 백화점도 3.6% 하락했다. 대형마트는 식품(-19.7%), 가전·문화(-10.9%), 의류(-23.6%), 가정·생활(-22.5%) 등 전 부문에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2월(-24.0%) 이후 최대폭의 하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만큼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회복세가 꺾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CSI는 올해 1월 91.2에서 2월 95.2로 반짝 상승했지만, 3월 들어 다시 93.4로 떨어졌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직후에는 88.2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불확실성은 분명 해소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는 실질적 소비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기대감 자체가 긍정적 작용을 할 수는 있으나, 결국 쓸 돈이 있어야 소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정부의 조기 예산 집행, 대기업의 협력업체 조기 정산 등으로 민간과 공공의 유동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마케팅랩 대표)도 "기업들은 정권 방향에 따라 정책 리스크를 따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며 "이제는 방향이 보이니 투자와 고용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소비 심리 회복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기업이든 개인이든 불확실하면 지출이나 투자를 줄이고 자원을 아낀다"며, "정치 정리가 소비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실질 소비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 여야 모두 유권자에게 경제적 어필을 시도하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 페스티벌' 분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특히 정치 리스크 해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대내외 복합 요인 중에서도 대외 변수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 트럼프 얘기도 나오고, 기업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흐름이 분명히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방침이 국내 소비 회복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25%의 고율 대미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며, 베트남에는 46%라는 이례적 수준의 관세를 책정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업종들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수출액 1조3359억 원 중 28%를 미국 시장에서 올렸고, 화장품 업계 역시 전체 수출의 16.9%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업계는 이 관세 인상 조치가 가격 인상 혹은 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소비 회복은 물론 기업 매출 회복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아직 탄핵 효과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계 경제 전문가는 "정치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소비가 자동 회복되는 일은 없다. 고물가·고환율이라는 구조적 병목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기대감'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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