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국가가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 인정···입양인들 “우리는 국가 피해자, 강화된 권고 내달라”

2025-03-26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벌어진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가 인권침해를 했다며 입양인들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진실화해위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신청인 중 절반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아 ‘반쪽’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진실화해위는 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미국·덴마크·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한인 375명은 자신들의 입양 서류가 조작된 의혹이 있어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조사를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 취소자를 제외한 367명의 입양 기록을 확보해 56명의 사례에서 인권침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1955년부터 1999년까지 해외 입양된 아동은 14만17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입양 알선 기관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으면서 입양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진실화해위는 판단했다.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서를 받지 않거나 허위로 ‘기아(버려진 아이)발견 조서’ 등을 꾸며내고, 이미 사망한 아동의 신원을 다른 아동에게 부여해 출국시키는 ‘신원 바꿔치기’ 등이 확인됐다.

정부의 방관으로 해외 입양은 하나의 사업이 됐다. 입양알선기관들은 양부모 및 외국 입양알선기관에 ‘기부금’ 명목의 돈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방법 등으로 돈을 벌었다. 양부모가 “입양한 아동이 장애가 있다”며 입양아동을 ‘반품’하거나 장애 아동을 ‘할인’받아 입양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날 열린 102차 위원회에서는 1차 진실규명 대상자 98명 중 56명만 피해자로 인정됐다. 나머지 42명은 자료 미비로 ‘보류’ 결정됐다. 이들이 불법적인 과정으로 입양됐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청인 대표로 발언한 피터 밀러씨와 한분영씨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전날 회의에서 위원들 간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공문서나 증인 등 여러 요건에 의해 확인이 되어야 하는 기준이 있다”며 “자료가 부족해 더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훈 상임위원은 “어제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신청인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오류가 발생할 것”이라며 “수십년 동안 없는 자료가 남은 진실화해위 조사 기간 갑자기 나오겠냐. 위원님들의 전향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정부에 공식 사과, 입양인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조사 및 후속대책 마련, 신원정보 조작 등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 입양인 가족 상봉에 대한 실질적 지원,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조속한 비준, 입양알선기관의 입양인 권리 회복 노력 등을 권고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입양인들은 “권고가 실효성이 없다”며 더 높은 수준의 진실화해위 입장표명과 권고를 촉구했다. 13살에 프랑스로 입양된 김유리씨는 “우리는 국가의 피해자들이다. 부끄러워도 부끄러운 역사를 받아달라”며 “해외 입양 사업의 피해자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트라우마를 다시 평가해주고, 강화된 권고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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