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외에 다른 업종으로 연구개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특례를 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특별연장근로 문턱을 더 낮춰 주 52시간제의 형해화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현재 반도체 외 다른 업종으로 이번 특례를 적용하는 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른 업종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경제 단체에서 요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경우에만 1주간 최다 12시간까지 추가 근로가 가능한 제도다. 단 회당 3개월씩 고용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특례는 반도체 연구개발에 한해 3개월인 회당 인가기간을 6개월로 늘린다.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반도체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고려해 특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생산직, 조선업 등 다른 직군과 업종으로 특례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특별연장근로 자체를 인정하지 않던 노동계는 이번 특례 시행에 격앙됐다.
노동계가 당장 걱정하는 상황은 2020년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가 5개로 확대될 때처럼 이번 특례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논평을 통해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제 상한제를 우회한 제도”라며 “정부는 인가사유를 확대하더니, 국회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가 통과되면 특별연장근로 인가확대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특례가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사용되지 않고 해당 근로자의 건강권이 보호될 지 관심이다. 고용부는 특례 인가시간을 첫 3개월 주 최대 12시간 쓰면 다음 3개월엔 주 최대 8시간을 쓰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을 줄였다. 또 특례를 사용할 때 1주간 8시간 이내 연장,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추가 연장시간에 준하는 연속 휴식 등 세 가지 안 중 하나를 실시하도록 했다. 인가기간 중 건강검진도 의무화된다. 특별연장근로를 하면서 건강보호조치를 위반하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장에서 ‘관리 사각’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업장이 요청한 특별연장근로는 대부분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보다 대상 범위를 늘린 제도는 그만큼 노동 당국의 감독이 어려워진다.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는 다른 유연근로시간제와 달리 노조와 근로자 대표의 합의가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동의로 가능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