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탓하며 우크라戰은 함구…"무역협상 오래걸리면 그냥 정할 것"

2025-04-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주요 정책을 자화자찬했다. 취임 후 즉시 끝내겠다고 공언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함구했고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을 16번이나 언급하며 여러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관세에 대해서는 “협상이 오래 걸리면 그냥 정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관세정책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협상 상대국을 겨냥해 빠른 합의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 시간) 미시간주 머콤카운티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 춤을 추며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어느 행정부보다 가장 성공적인 첫 100일”이라고 운을 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가 제조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한 듯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으로 제조업과 일자리를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시간주는 러스트벨트(5대호 주변의 쇠퇴한 공업 지역)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의 부활을 강조하며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년간 미국에서 완성한 자동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부품에 25%의 관세를 적용하지 않고 이듬해에는 10%에 해당하는 부품에 역시 25%의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관세 완화 조치는 2년간만 유지된다. 이 기간 부품 업체의 미국 공장 건설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와 부품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알루미늄 및 철강 관세는 중첩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프랑스·스페인·중국 등 전 세계 국가가 무역 협상을 하려고 찾아온다”며 “나는 친절해지고 싶다. 하지만 협상이 너무 오래 걸리면 그냥 가격을 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자신의 유화 제스처에도 꿈쩍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일자리를 많이 훔쳐갔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과 잘 지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국과) 합의할 것이지만 공정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첫 임기 때 가전 업체 월풀을 위해 수입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했던 사례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당시 관세는 삼성과 LG를 겨냥한 조치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자 등 두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불법 이민자 단속 성과를 홍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일을 잘 못하는 연준 인사가 있다”며 “연준을 비판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가 자기 일을 하도록 둬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금리에 대해 훨씬 많이 안다”고 주장했다.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민주당원을 훨씬 많이 인터뷰하는 가짜 조사를 했다”며 현재 40%대로 집계되는 자신의 지지율이 실제로는 60∼70%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 당시 국가별 등급에 따른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시스템을 폐지하고 정부 간 협상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를 동맹 및 파트너, 일반, 우려 국가 등 3그룹으로 분류하고 AI 칩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정책이 5월 15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를 백지화하고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게 골자다. 한국은 동맹에 속해 제한 없이 AI 반도체를 수입하게 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백지화하고 상호관세 협상에서 재논의하자고 나설 경우 다른 협상 카드를 내줘야 하는 등 불이익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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