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사고와 감정을 지배하는 디자인은 어떻게 전쟁에 이용됐나

2025-06-27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듯 디자인도 사고를 지배한다. 나치 독일이 사용했던 상징인 ‘하켄 크로이츠’를 보면 우리는 약간 틀어져 있긴 하지만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서양인들은 하켄 크로이츠를 보기만 해도 나치의 만행에 공포를 느낀다. 이처럼 디자인은 우리의 사고와 감정까지도 움직이는 막강한 힘을 가졌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감정을 움직이고 이념을 전달하며 심지어 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던 디자인의 숨겨진 의미를 파헤친다. 저자는 다채로운 사례와 방대한 도판 자료를 통해 디자인이 어떻게 이용되고 변용되어 왔는지 분석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디자인의 이면을 예리하게 해부해 보여준다. 실제로 나치 독일의 상징인 하켄 크로이츠와 러시아 혁명의 붉은색, 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되는 Z 마크까지, 디자인이 전쟁을 조장하고 선전하는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책은 디자인 외에 전쟁의 언어에 대해서도 다룬다. 3장 전쟁과 말에서는 전쟁을 정당화하고 적을 악마화하며 군중을 선동하기 위해 사용된 언어를 탐구한다. ‘특별 군사작전’ ‘비국민’ ‘하일, 히틀러’ 같은 구호부터 ‘모두가 말한다, 찬성이라고’ 같은 집단 동원형 문구까지 전쟁이 조작한 언어의 위력을 조명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오늘날에도 디자인은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책은 단순한 디자인 서적이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시각적 요소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품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한 인문서이자 역사서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디자인에는 죄가 없다. 문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사회에 있다”며 “디자인의 힘을 직시하고, 그 마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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