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간 바뀌었지만 갈길 먼 ‘소수자를 바라보는 눈’···동성애자 불관용은 최하위 수준

2025-10-23

이주민·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살기 싫다’는 설문조사 응답자 수가 지난 30년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 여전히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연구진(팽은지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문영민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이주연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 주승섭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보건대학 박사후연구원)은 학술지 <공익과 인권>에 실을 <한국의 소수자 인구, 인식, 인권사: 장애인, 이주민,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논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23일 밝혔다. 논문은 25일 발표된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국제연구프로그램인 ‘세계가치조사’ 내용 중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성소수자·이주민 인식 조사 결과 내용을 소개했다. 세계가치조사는 1981년부터 시작돼 80여개국의 사회, 문화, 정치 등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을 연구하는 조사 프로그램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조사 2회차인 1990년 자료부터 4~8년 간격으로 진행된 총 6회치 조사 데이터를 분석에 활용했다. 응답자는 각 연도별 조사에서 1200~1251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의 2005년~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도 함께 담아 분석했다.

연구 분석결과, ‘소수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었다. ‘이민자·외국인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1990년 46.6%에서 2018년 22.0%로 감소했다. 매년 평균 1.0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990년 95.8%에서 2018년 79.6%로 매년 평균 0.65%포인트 감소했다. 장애인에 대해 ‘차별이 약간 많다, 매우 많다’고 답한 비율도 2005년 86.1%에서 2020년 62.5%로 매년 평균 1.22%포인트 감소했다.

응답자의 나이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소수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 비율이 줄었다. 1990년에는 60대의 63.6%가 ‘이주민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했지만, 이 수치는 2018년 21%까지 줄었다. 1990년 18~29세 청년의 94.8%는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답했지만, 2018년 같은 연령대 청년들에서는 72.2%까지 줄었다.

이런 변화는 장애인·이주민·성소수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 운동과 제도적 대응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됐다. 장애인 인식과 관련해선 2006년 교통약자법,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등 주요 법이 제정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주민의 경우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에 관한 문제 제기가 반복되면서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늘었다. 성소수자의 경우 군내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고, 성소수자 존재를 알리는 퀴어축제 등도 계속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의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삼기 싫다’는 응답자 비율은 세계가치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 1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이민자·외국인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기 싫다’는 응답자 비율도 튀르키예, 체코, 일본 등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 연구진은 “30년간 전 연령대에서 소수자에 대해 관용적으로 인식이 변했지만 한국 사회의 소수자 불관용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이 ‘혐오의 시대’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는 훨씬 더 혐오가 심한 시절이 있었고, 그럼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꾸준히 인권 의식이 개선돼왔다”며 “극우 세력 부상 등으로 우려되는 면도 있지만, 오늘의 우리는 지난 30년간 인권운동이 이뤄낸 성과 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