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김일성의 항일 유격대…영웅화 담론 등장할 수도"

2025-01-02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군사전문매체 밀리타르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수작전사령부(SOF)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수행 중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지만 해당 북한군은 하루 만에 사망했다. SOF는 북한 병사의 사진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텔레그램 캡처) / 사진=뉴스1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근 전투에 투입되면서 100여명이 사망하고 약 10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정권이 귀환하는 병사들에게 영웅 칭호를 붙여주는 등의 선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930년대 중국 공산당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던 김일성의 유격대 활동에 비견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2025 국제정세전망' 보고서를 통해 "귀환 병사들과 사상자 가족들이 정치적 반대 세력화할 수 있다는 개연성은 향후 오랫동안 북한 체제 안정성의 가장 민감한 뇌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러시아 파병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북한군의 파병 규모를 감안할 때 관련 사실은 이미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올해 상반기 내에 파병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를 '제국주의와의 결전에 참여하는 신성한 의무'로 포장하는 캠페인 작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의의 전략적 축'이라는 이름 하에 러시아와의 결속을 강조하는 대중 집회와 청년층의 자원 입대 탄원이 진행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청년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파병 결정에 대해 정당성 구호만으로 주민들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느끼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이 공개된 후 러시아가 병사들에게 지급하는 보수 규모 등을 비공개적으로 전파할 것"이라며 "이를 해외 노동력 수출과 사실상 등치시키는 방식으로 파장을 최소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황 교수는 "귀환 병사들이 늘어날 경우 대대적인 영웅 칭호 수여와 함께 체제 차원의 물질적 보상을 암묵적으로 강조하는 방식도 동원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1930년대 중국 공산당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던 김일성의 유격대 활동에 비견하는 담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9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이 전선돌격대로 소모되면서 최소 100여명이 사망하고 약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드론 등 최첨단 무기체계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러시아군 안에선 '북한군이 오히려 짐'이라는 불평이 나왔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29일에도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사실에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국정원은 "북한은 러시아 파병 사실의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군대 비밀누설 이유로 장교 휴대전화 사용 금지, 병사들 입단속, 파병 군인 가족들에겐 훈련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과 군인들 사이에선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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