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청소년·이혼남…제발로 IS 찾아드는 '외로운 늑대'들

2025-01-04

은둔 청소년·이혼남…제발로 IS 찾아드는 '외로운 늑대'들

주요테러 동기 살펴보면 개인적 문제·정치적 동기 혼재

"억울해하는, 화난 사람들이 극단주의 찾아 폭력 정당화"

IS, 재건에 속도…'약한고리' 찾아 자생테러 부추길라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최근 각국에서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서 영감을 받은 자생적 테러범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이 늘면서 전 세계가 또 다시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우울증이나 생활고 등에 시달리며 세상에 대한 증오를 품은 개인들이 IS와 같은 극단주의 사상에 스스로 손을 뻗는 사례가 늘며 IS의 잔재가 각 사회의 취약한 개인들을 노려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8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오스트리아 빈 공연을 노린 테러 계획부터 지난 1일 벌어진 미국 뉴올리언스 트럭 테러까지 최근의 범행에서 이러한 패턴이 유사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짚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스위프트 콘서트에서 테러를 계획하다가 체포된 19세 소년 베런 알리지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학교에서도 친구가 거의 없는 등 개인적 불행을 겪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돈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방에만 은둔하던 알리지는 온라인에 떠도는 폭력적인 영상에 심취하기 시작했으며 IS를 추종하는 채팅방 등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테러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경찰이 조사한 알리지의 휴대전화 이용 내용에 따르면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범행에 영감을 받기 위해 IS의 과거 활동 영상들을 찾아봤으며, 나중에는 직접 IS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이에게 먼저 연락을 해 범행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알리지가 범죄에 빠져든 과정은 지난 1일 최소 14명을 죽게 한 미국 뉴올리언스의 트럭 테러 범인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이 사건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 사건 범인 샴수드 딘 자바르(42)도 알리지와 마찬가지로 일련의 개인적인 불행을 겪고 나서 자발적으로 극단주의 이념에 심취하게 된 사례로 보인다.

미군 퇴역 군인인 자바르는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사업 실패와 실직 등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건 직전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범행 전 자신의 가족을 먼저 죽이는 것을 고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그가 생활고 등 좌절을 겪으며 세상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고 극단주의 사상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바르의 차량에서는 IS 깃발이 발견됐으며 그가 IS에 충성을 맹세하는 영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일에 IS가 조직적으로 연계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이러한 '외로운 늑대' 테러 사건들을 두고 여러 테러 전문가들은 이들이 종교적 이념이나 정치적 이유보다는 개인적인 실패에 대한 분노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30년간 일한 한 대테러 전문가는 WP에 최근 테러의 범인들은 "억울해하는, 화가 난 사람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뉴올리언스 트럭 테러를 두고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두 번의 결혼 생활에 실패했으며 심각한 재정 문제를 겪던 사람이 자신의 삶과 분노를 정당화할 이유를 찾은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WP는 지난해 스위프트 콘서트 테러를 계획한 알리지 역시 비슷한 개인적인 실패와 좌절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다만 10대인 그는 자바르와 달리 무기를 얻는 데에 실패해 집 부엌에서 직접 폭탄을 제조하는 식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총기 등을 구매하려다 실패한 알리지는 자신이 계획한 범행 날짜가 다가오자 급하게 온라인을 통해 IS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한 인물과 연락이 닿아 더욱 구체적인 테러 조언을 얻었다.

이 대화가 당국의 수사망에 걸리면서 알리지의 범행은 계획 단계에서 제지될 수 있었다.

다만 수사 당국은 알리지가 연락한 이의 신원과 그가 실제로 IS와 관련된 인물인지에 대한 WP의 질의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의 테러범들이 IS 조직과 직접 연락을 나눈 것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IS가 설파한 극단주의 이념 자체는 이들이 테러범이 되는 것을 스스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주요 원천으로 남아있다고 짚었다.

IS는 알카에다 등 다른 테러 단체들과 달리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이러한 외로운 늑대 테러범들을 양산했다.

이들이 과거 온라인에 퍼뜨린 잔혹한 범행 영상은 여전히 남아 범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IS는 자신들이 선포한 칼리프국(이슬람 초기 신정일치 국가)이 5년 전 무너진 이후로는 현재 중동, 북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 뻗어있는 연계 단체와 네트워크 등을 통해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IS의 테러 활동이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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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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