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김 USC 한국학 도서관 전 관장 인터뷰] “한인 이민역사 자료의 보물창고”

2024-10-07

38년간 근무하고 지난 1일 은퇴

한국학 대표 연구소 발전에 기여

“한인정체성 함양의 구심점 되길”

USC 한국학 도서관(Korean Heritage Library)은 120년의 한인 이민사 사료를 발굴하고, 디지털화해 세상에 알리는 데 독보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1986년 개관한 뒤 6년여 만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북미주 대표 한국학도서관 6곳에 선정됐다. 오늘날 연방의회 도서관, 하버드·버클리 대학 한국학 도서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한인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기관이다.

이런 결실은 한국학 도서관에 반평생을 바친 전 USC동아시아 도서관장인 케네스 클라인 박사와 조이 김 전 USC 한국학 도서관장의 헌신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 1일 조이 김(한국명 김정현·71·사진) 전 관장이 은퇴했다. 그는 4년 전 클라인 박사 은퇴 당시 “전 세계의 학계와 미주 한인 후손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찬란한 사회적 유산을 남긴 분”이라며 헌사를 보냈다.

김 전 관장도 한국학 도서관을 떠난다. USC 동아시아 도서관과 산하 한국학 도서관은 이제 차세대가 맡게 됐다.

김 전 관장은 “USC 한국학 도서관 목적은 한인사회 이민사, 한국학 자료를 최대한 발굴해 한국학 공부를 하는 학생과 학자, 세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일”이라며 “보물 같은 귀중한 사료를 디지털화해 웹사이트에 공개하면 정보의 의미가 커진다. 한인사회가 USC 한국학 도서관을 활용해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굳건히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전 관장과 일문일답.

-한국학 도서관 개관 때부터 일한 감회는.

“1985년 11월 1일부터 USC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했고, 1986년 한국학 도서관 개관하며 목록담당 사서(librarian)로 클라인 박사와 팀으로 일했어요. 일반 사서였다면 저처럼 일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미국 시민이지만 심장은 ‘코리안’입니다. 한국학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열정으로 일을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지난 39년이 하루 같아요. 한국학 도서관을 지원해준 USC, 한인사회, 하나님께 정말 감사해요.”

-USC 한국학 도서관이 소중한 이유는.

“1985년 당시 한인사회 뜻있는 분들이 ‘USC 같은 우수한 대학이 한국학을 가르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당시 USC 도서관 찰스 리치슨 총관장과 동아시아연구소 고든 버거 소장이 한국학 도서관을 먼저 만들자고 뜻을 모았죠. 당시 미국 대학의 동아시아 도서관은 중국, 일본 중심이었고, 한국학 도서관은 너무 취약했거든요. 리치슨 박사가 클라인 박사에게 미국 최고의 한국학 도서관을 만들 수 있겠냐고 물었어요. 클라인 박사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했죠. 그렇게 한국학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대학에서 한국학에만 매년 5만 달러씩 투자하면서 기틀을 다졌어요. USC 한국학 도서관은 한인사회와 대학 구성원이 합심해 설립한 보물창고인 셈이죠.”

-USC 한국학 도서관 후원회도 대단했다고.

“제안서를 낸 USC 출신인 배연원 박사, 초대 후원회장인 김명환 변호사와 김창수 선생,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노재민 피오피코 도서관 초대관장, 서동성 박사 등 정말 많은 분이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학 도서관 발전에 앞장서 주셨어요. USC 출신 한인 동문들도 우리 도서관을 엄청 도왔어요. USC 도서관 기금모금에 큰 역할을 해주신 한인사회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해요.”

-USC 한국학 도서관의 강점은?

“한국학 도서관 준비 당시 미국 내 한국학 전문 사서들에게 자문했어요. 그분들이 ‘최대 한인사회가 LA이니 한인 이민사를 담당해달라’고 했어요. 한인 이민사를 다루는 대학이 없었거든요. 리치슨총관장, 고든 박사, 크레인 박사의 한국학 애정으로 39년 동안 한인 이민사에 관한 자료를 집중적으로 모았습니다. 우리 도서관은 북미주 동아시아 도서관 중 이례적으로 한국학 자료가 50% 가까이 돼요. 한인 이민사 자료의 발굴과 보존에 독보적인 도서관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역사를 새로 쓴 1920년대 한인 항공학교 역사 발굴 자료, 한인들의 사진과 삶을 기록한 미주한인전자기록관, 한인 이민선조의 삶과 애국활동을 알리는 대한인국민회 사료 3만5000여점 디지털화, 17~18세기 한국해(sea of Korea)로 명시된 고지도 178개 등 미주 한인 역사 관련 1차 사료 정보가 엄청 많아요. 모두 디지털화해서 웹사이트로 공개하고 있어요.”

-대한인국민회와 인연이 깊다.

“1990년대 한인사회 여러분이 쓰러져가던 대한인국민회 건물 속 사료를 USC가 보호해 달라고 찾아왔어요. 방치된 건물 안 중앙홀 테이블에 사라질뻔한 이민 초기 기록이 무더기로 나왔어요. 클라인 박사와 제가 5000점을 냉동 처리하고 정리, 복원, 목록 작업을 완료했어요. USC 디지털 도서관(www.usc.edu/korea)에 공개해 학계와 일반인 모두 볼 수 있어요. 또 다락에서 발견된 추가 사료 3만 점도 16년 만에 디지털 스캔 작업을 마쳤어요. 앞으로 이 자료를 제목, 날짜, 주제별로 영어와 한글로 정리해야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 독립기념관에 대여된 사료 보존 방안은?

“한인사회 사료를 디지털 스캔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은 감회가 달라요. 대한인국민회 사료를 우리 이민사입니다. 100년 전 이민선조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 노동자였어요. 그분들이 조국을 위한 애국금, 독립금, 구제금 등을 내고 당시의 구체적인 기록도 남겼어요. 보면 정말 눈물나는 기록들입니다. 한미박물관을 꼭 지어서 우리 조상들이 손으로 쓴 기록을 직접 보도록 해야 해요. ”

-한인사회와 차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USC 한국학 도서관 자료를 활용해 코리안 아메리칸 긍지를 알려주세요. 활동이 중단된 후원회도 다시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미국 대학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한국학 위상이 대단합니다. 우리 차세대들이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정체성을 지키고 뿌리를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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