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큰 사람들을 보면 당연히 힘이 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힘과 근육 크기가 꼭 같이 가는 건 아니다. 힘이 센 사람은 ‘대개’ 근육이 크고, 근육이 큰 사람은 ‘대개’ 힘도 세지만 ‘반드시’는 아니다.
사실 근력과 근부피는 발달하는 메커니즘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가는 길이 비슷할 뿐 같이 가지는 않는다. 똑같은 운동을 했어도 힘은 10% 늘었는데 근부피는 1% 늘었거나, 혹은 힘은 거의 안 늘었는데 근부피만 10% 늘었을 수도 있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일단 힘이 세지는 원인을 살펴보자. 힘이 세다는 건 근육이 강하게 수축한다는 말인데, 여기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근육과 연결된 신경 신호가 강해지는 것이다. 운동을 시작하면 초반에 힘이 굉장히 빠르게 강해진다. 이건 운동신경이 좋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실전압축근육(?)’이라 하는 것도 근육 크기는 많이 키우지 않고 운동신경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경량급의 역도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은 가진 근육을 최대의 효율로 쓴다.
하지만 신경신호만으로 강해지는 건 근육의 물리적인 한계에 가로막히게 된다. 소형차를 아무리 튜닝한들 애당초 큰 엔진을 단 차보다 출력이 강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궁극적으로는 근육 자체가 커지면서 하드웨어가 강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은 신경이 최적화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발달이 느리다. 결국 힘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강한 운동신경과 큰 근육이 합쳐진 상태다.
그럼 힘을 강하게 만드는 운동은 어떤 걸까? 근육 크기보다는 신경의 신호를 강하게 만드는 게 일단 중요한데, 많은 횟수보다는 무겁게 드는 훈련이 이 신호를 강화시킨다. 근력운동에서는 3~5번 정도 들면 무거워서 더는 못 드는 정도가 최적의 범위로 꼽힌다. 예컨대 체력검정의 악력 시험, 배근력 시험처럼 최대로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무작정 수십, 수백번 반복 운동하기보다는 횟수를 줄이더라도 강도를 높이고 적은 횟수라도 성공하려 애쓰는 편이 힘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다만 부상 위험이 커지는 건 감안해야 한다.
한편 보디빌더처럼 힘보다는 불룩한 어깨와 탄탄한 가슴, 복근이 목적이라면? 근육의 크기는 운동량에 많이 좌우된다. 횟수만 많이 든다는 의미가 아니고 ‘더 못 드는 한계치 가까이 몰아붙인 횟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가슴운동인 벤치프레스를 슬렁슬렁 5회씩 6세트 운동하기보다는 매 세트 끙끙대며 10회를 꽉 채운 3세트로 운동하는 편이 낫다. 똑같이 30회를 들었지만 전자는 세트만 많을 뿐 한계치 언저리는 가지도 못했다. 반면 후자는 매 세트 한계치 가까이까지 3번이나 두들겼기 때문이다.
이때 무게는 너무 가벼우면 제대로 자극이 안 되고, 너무 무거우면 몇회 못 들게 된다. 부상 위험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것저것 고려해 타협을 본 것이 한 번에 6~12회 정도 들 수 있는 무게다. 앞서 말한 ‘힘을 기르는 운동’보다는 10~20%쯤 가벼운 무게에 해당한다.
단 혼동해서는 안 될 건 이 무게로 운동한다고 힘이 길러지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저 무겁게 들 때보다는 약간 불리할 뿐이다. 한편 힘을 기르기 위한 높은 중량 운동도 근육 크기를 키운다. 그저 가벼운 중량으로 여러 번 들 때보다는 아주 조금 불리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한 번에 10회 정도 드는 무게가 근육도 키우고, 힘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타협점이라고 볼 수 있다.

<수피|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