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만 (사)한국소액주주연구회장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이제는 일상어처럼 굳어진 동학개미, 서학개미 단어에서 풍기듯 국내 개인 투자자의 수는 어느 덧 1천5백만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결산 국내 상장사 주식 보유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1천410만명으로 집계됐다. 3월 17일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그렇다.
세간에 유행하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자조적 표현은 그만큼 주식시장에 대한 한국인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월급쟁이로 착실히 모아 살아서는 더 이상 부자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시민들이 열망을 갖고 뛰어든 주식시장의 오랜 불공정은 급기야 정부와 정치권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를 쟁점으로 띄워 올렸다.
하지만 기업 대주주와 정부, 정치권의 일방통행과 무관심 등 횡포에 맞서 권리를 되찾으려는 일반 개인 주주들의 노력은 꽤 오래됐다. 사단법인 한국소액주주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권성만 회장도 그런 이들 중 한 사람이다. NGO저널이 최근 권 회장을 서울 모처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소액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최근 동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반갑습니다. 단체가 2007년 설립된 것으로 압니다. 연구회가 만들어진 계기가 있었습니까?
"박 기자, 반가워요. 계기를 설명하면, 우선 연구회가 만들어지기 전 전국소액주주연합회라는 단체가 있었습니다. 제가 연합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 단체는 허가단체가 아닌 순수 민간단체였죠. 이 단체를 통해 소액주주 권리강화를 위해 활동하던 중 회계사인 회원 한 분이 사단법인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 구체적인 사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07년 섬유류 제조업체인 충남방적이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와중에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규정이 발의되어 거래가 중지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법정관리 하에 있는 회사를 금감원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소급적용을 해 거래를 정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법정관리 법원이었던 대전지방법원의 법정관리 부서를 통해 주주명부를 받아 전국 소액주주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분들에게 인감을 첨부한 위임장을 받아(29%) 충남방적 기업 정상화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 것을 법원에 요구했고, 그 결과 실제 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어요.
이 위원회 회의에서 권 모 수석판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법정관리 회사라 하더라도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주주를 인정할 수 있고, 또 소액주주는 아무리 많은 주식을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책임감 있는 주주로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이 수석판사는 훗날 대법관이 됩디다)
당시 책임감 있는 대주주가 없는 상태에서 ‘책임감 있는’ 주주를 만들기 위해 충남방적은 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되어 있는 상태였음에도, 1000원에도 거래가 없던 이 주식을 공개매수 방식으로 5250원에 일괄 공개 매수한 것이 성공했고 마침내 충남방적은 법원 판결에 의해 정상거래 및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충남방적이 정상화된 모습은 소문이 곳곳에 퍼졌고, 그러면서 많은 소액주주들이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단체 (즉, 지금의 소액주주연구회)를 만들 것을 요청했어요.
그렇게 해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법인허가를 받게 되어 지금의 소액주주연구회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고생 끝에 보람을 얻기도 했지만 이 운동을 통해 여러 교훈을 얻었어요.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니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 연구회가 설립된 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오신 겁니까?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사연들을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작전세력으로부터 허위정보 등을 듣거나 불순한 경영자의 허위 공시 등을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일들을 겪는 경우가 많았지요. 자신이 산 주식이 상장폐지당해 느닷없이 재산을 탕진하는 일도 있고요.
뉴스에서도 흔히 보게 되는 자살, 가정파탄 등 사례가 많습니다. 작전세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어 이런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세미나, 교육, 상법 보완 등을 요구하는 등 소액주주 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국회 법사위에서 토론도 하는 등 국회 법 개정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왔고요."
- 그렇군요. 소액주주들에 대한 기업들의 태도는 어떻던가요?
"기업들은 우리 소액주주들과 생각이 많이 다르죠. 그 사람들은 기업을 자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배당도 잘 주지 않고 기술개발 하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영업해서 성장할 생각은 없이 시장을 이용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경향이 큽니다. 그런 부분 개선을 요구해도 소액주주들로는 이들에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요. 우리 연구회는 기업의 그런 경향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줄곧 문제 삼아 왔습니다.
그렇군요. 말씀을 들으니 요즘 한국 주식시장에 넘쳐나는 자조적인 조롱이 생각납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인데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부분 미국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추세고요. 한때는 동학개미운동 열풍도 불었는데, 한국 주식시장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문제는, 문제를 알아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점, 난맥상들을 법을 만들거나 개정해 고치겠다고 하지만 말로만 그칩니다. 국회나 금융감독원 등에서는 말로만 법을 개정하고 보완하여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겠다고 할 뿐이에요. 실질적으로는 성사되어 개정되는 일이 없는 것이죠. 그러니 많은 소액주주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다우존스, 나스닥이 있는 미국 주식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인 겁니다.
또 하나 원인이라면, 주식투자자들의 세대나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이 원인이 될 수 있겠죠. 원래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보다 주식을 단기보다는 중장기로 많이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빨리빨리 이익을 추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은 시장에서 주식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주가를 움직이기도 하거든요. 기업 밸류가 크면서 그 사람들은 이익을 보기도 하겠지만 회사는 망가지기 십상입니다. 아마도 젊은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해외투자로 바꾸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해보면 단타로 얻는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 환차익도 있는 등 여러모로 우리 시장보다 낫다는 걸 느끼니 그리로 가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는 소위 ‘장난(주가조작 등)’을 치기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도 주식시장을 육성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으니 그런 다양한 원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을 왜소화하고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데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의 특징이나 문제점은 없습니까?
"말씀드렸지만 우리나라 주식을 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회사의 미래를 보고 하는 장기투자가가 아니에요. 투기성으로 변동성이 잦은 단기투자를 많이 합니다. 그러니 개미투자자들은 작전세력이나 허위정보에 더 쉽고 빠르게 노출되고 의존하게 되는 문제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향성이 있는 한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 주식시장 부양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약속이 말로 그치는 점이 크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해야 되겠죠. 기업이 배당도 잘 하고 투자자들이 장기투자할 수 있도록 회사의 건전성도 확보해야 되고요. 그러기 위해선 정부에서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여러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실질적으로 주식시장을 잘 알지 못함에도 본인들이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부터 생기는 문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분식된 회계장부로 회사의 진짜 가치를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죠. 우선 우리 주식시장의 생생한 민낯을 잘 파악하고 공부한 뒤 진짜 필요한 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법을 만들고 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 정치권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으로 상법개정(이사충실의무를 전체주주로 확대), 자본시장법(재계-합리적 합병비율)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오래된 상법을 현재 시장에 맞게 개정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포괄적인 부분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불성실한 경영자를 감시하는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간과하는 점이 있는데요, 불성실한 경영자가 있는 것처럼 불량한 소액주주들도 많다는 사실이에요.
이 점을 무시한 상법 개정이 자칫 성실한 회사와 경영자로 하여금 사소한 일로 방해받게 되어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면 안 된다고 봐요. 그러니 성실한 경영자와 성실한 주주들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제도로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예전 한 언론을 통해 다음과 같은 주장들을 하셨더라고요. 소액주주를 더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금융감독원의 감시기능 일부 이양 ▲회계장부 열람 거부하는 경영자 형사처벌 ▲무료로 보급되는 주식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전자 주주총회 도입 필요. 혹시 현재도 같은 주장을 하시는지요?
"맞습니다. 예전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 밝혔던 내용인데요, 저는 현재도 지난 사건들을 비추어 보아 금융감독원을 믿지 못합니다. 금융감독원의 간부 또는 퇴직한 직원 등이 작전세력과 공모하여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사례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민관협동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특히 회계장부 열람을 거부하는 경영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이에 맞는 상법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무료로 보급되는 주식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증권회사들의 프로그램 제도 변경이 잦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보급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 우리 연구회가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불순한 경영자들 혹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임의로 도장을 사용하여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처럼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투명한 주주총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자 주주총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이 나아갈 방향, 투자자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요?
"정부와 기업 경영자들이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들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자본시장이 신뢰를 받게 되면 원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고 주식상승과 환차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투자자들은 투기성 단기투자가 아닌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해요. 우리나라도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해 나가야 합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