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국이 일단락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과제를 모조리 부정하는 움직임이다.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전면 무효화, 백지화는 옳지 않다. 그러한 접근은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의대정원 확대다. 2025학년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수능 점수까지 나온 상황에서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의과대학 교수 단체는 16일 “국회와 정부는 '사이비 의료개혁'을 중지시키고, '의대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현 사태를 수습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대 입시 선발 절차를 일시 멈춘 후 총장, 의대 학장, 교수들과 함께 논의해 대학별 상황에 맞는 감원 선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서울 원정 진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취지는 살려야 한다. 응급실 등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개혁은 지속돼야 한다. 이미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대책은 국민과 한 약속이다. 내년 1월 설 연휴 응급의료 대책도 차질 없이 마련해야 한다.
이날 제주도에서는 제2공항 사업 전체를 모두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항 건설 반대 측은 내란 사태와 제2공항 건설계획 추진이 동일한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포화 상태인 제주공항 승객 분산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직사회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행정으로 업무를 펼쳐야 한다. 매우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고,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은 적기에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골든타임을 넘어서면 의미가 없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정보통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과학기술과 디지털이라는 국가 성장엔진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적절한 시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준비 중인 카드 수수료 경감 방안도 조속히 나와야 한다. 소규모 자영업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어야 한다.
이 밖에 경제 외교 파트에서는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한 정책 마련이 필수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산업 육성 정책은 필수적이다. 국회와 정부가 호흡을 맞춰 대한민국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