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점유율 37%인데…회계감사 독과점 본다는 공정위

2025-04-28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사인 지정제 시행 과정에서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독과점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국내 4대 회계법인 점유율이 37%로 미국(79%)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데다 회계감사가 기업 경쟁력, 투자자·주주 보호와 직결돼 있는 만큼 독과점을 따질 영역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회계 업계와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는 이달 10일 ‘기업 회계감사 분야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국내 기업 회계감사의 독과점 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2019년 11월부터 시행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회계 업계 독과점에 미친 영향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인 지정제란 감사인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사가 6년 동안 외부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이후 3년 동안 금융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2022년 제도 개선을 통해 빅4가 맡을 수 있는 기업 범위를 자산 5조 원 이상에서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회계감사 쏠림 현상이 나타났는지, 기업 등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4대 회계법인의 전체 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 점유율은 2022년 31.6%에서 2023년 37.1%로 확대됐다.

그러나 빅4 감사 범위 확대는 회계감사 품질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위는 2019년 지정제를 도입하면서 4대 회계법인은 자산 5조 원 이상 상장사만 외부감사를 맡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자산 1조~5조 원인 상장사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 회계법인에 맡겼다. 그 결과 인력 비중이 33%에 불과한 중견회계법인 36곳에 지정 기업 59%가 쏠리면서 감사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감사 보수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중소형 회계법인 중에서는 독립채산제인 곳이 많아 회계감사 품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문제점이 나타나 3년 만에 4대 회계법인이 맡을 수 있는 기업 범위를 5조 원 이상에서 2조 원 이상으로 확대해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빅4 시장점유율 자체가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낮은 만큼 국내 회계감사 시장이 독과점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4대 회계법인의 유가증권시장 외부감사 점유율은 58.5%이지만 코스닥·코넥스 시장까지 합치면 37.1%까지 낮아진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딜로이트·EY·KPMG 등 빅4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78.6%, 47.2%를 차지한다. 영국 FTSE 250에서 빅4가 차지하는 비중도 75.0%에 이른다. 감사인 지정제가 경쟁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근거다.

감사인 독립성 확보를 통한 감사 품질 제고 등 지정제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단순히 점유율만으로 평가할 문제도 아니다. 회계감사가 자본시장 신뢰성이나 투자자 보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중견회계법인의 감사 역량을 높이지 않고 빅4 점유율만 낮출 경우 회계 품질 저하로 기업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도 작지 않다.

대형 회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 중에는 해외 영업이 많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곳이 많은데 그동안 감사를 받아왔던 빅4가 아닌 중견회계법인을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다”며 “회계감사를 독과점이나 골목시장 침해 논리로 접근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