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가밍아웃(가발 커밍아웃)’으로 착실히 인기를 모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가발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버 최윅(본명 최수호)이 주인공이다. 1~2년 전 그는 구독자 300만 명 가까이 되는 유명 유튜버의 방송에 출연해 돌연 가발을 벗어 던진 것을 시작으로 탈모가 있으면 문턱 넘기조차 어렵다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서도, 소개팅에 나가서도 가밍아웃 캠페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음지로 숨어버린 탈모인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단 게 그의 일차적 목표다.

가발만 벗어 던진다고 탈모에 대한 견고한 차별이 없어질 리 만무하다. 가밍아웃의 핵심은 최윅이 가발을 다시 썼을 때 부각되는 군살 없는 체형과 말끔한 인상이다. 고강도 운동으로 6개월 만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 등 꾸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됐다. 개인적 커리어도 돋보인다. 19세부터 탈모가 급격히 진행돼 결혼식도, 장례식도 갈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 그는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탈모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가로 거듭났다. “탈모만 있는 사람이 돼야지, 탈모마저 있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며 탈모인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게 그의 일관된 스탠스다. 노력이 뒷받침된 자존감은 상대방의 ‘웃참’을 유도하는 탈모 개그로 승화됐다.
최윅의 가밍아웃 노력이 우선 반가운 건 유전자에 과몰입한 세태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의사도 연예인도 “슬프지만 공부 머리는 타고난다”며 극복될 수 없는 유전의 힘을 강조하고, 소년 급제의 자리를 대체한 영앤리치에 대한 선망은 저축·투자보단 대물림된 재력에 대한 눈독으로 이어진다. ‘슈퍼리치들의 MBTI는 절반이 ESTJ’라는 성격 결정론까지 득세한 시대다 보니 최윅의 마인드는 더 돋보인다.
그러나 가밍아웃이 진짜 대단한 건 우열의 세계관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 때문이다. 사실 유전자 과몰입은 우열 과몰입의 산물이다. 우열을 걷어내면 유전이야 그저 특징일 뿐인데, 비교 우위나 정상의 영역을 고정해 두니 소외되는 영역이 생겼다. 소외는 조상 탓이니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편안한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탈모도 마찬가지다. 최윅의 최종 목표는 제이슨 스타뎀이나 드웨인 존슨 같은 탈모인이 열등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미국처럼 미적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뇌병변 장애로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무용수로도 성공한 김원영 작가(변호사)는 “자신에게 맡겨진 그 몸으로 책임을 다해 잘 추려는 사람들이 좋은 춤의 의미를 확장했고, 확장된 좋은 춤의 기준 속에서 더 잘 추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며, 그 사람들이 다시 좋은 춤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가치관을 재구성한다”고 말했다. 유전보단 노력으로, 남이 정한 아름다움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추구하는 최윅의 가밍아웃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