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칼, 특검 150일

2003년 여름 대검찰청 후문 근처 한정식집에 성장(盛裝)한 중장년 사내들이 모여 앉았다. 하지만 상석을 차지한 건 남자가 아니었다. 그 자리의 유일한 여성, 강금실이었다. 그 판사 및 진보 변호사 출신이자 40대의 여성 최초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두 개의 열이 구성됐다.
한쪽에는 강금실을 보좌하던 법무부 간부들이 자리했다. 정상명(전 검찰총장) 법무부 차관, 홍석조(현 BGF그룹 회장) 검찰국장, 최재경(현 삼성 고문) 검찰 2과장 등이 그 면면이었다. 맞은편에는 대검찰청의 고위 간부들이 좌정해 있었다. 안대희(전 대법관) 중수부장, 문효남(전 부산고검장) 중수부 수사기획관, 중수 1~3과장인 남기춘(전 서울서부지검장)·유재만(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김수남(전 검찰총장)이었다.

일견 화기애애해 보인 그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 칼이 종횡하고 있었다. 욱일승천의 기세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던 새 권력을 감히 검찰이 건드린 뒤끝이어서다. 검찰은 그 직전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에서 겁 없이 새 정권의 실세들을 잡아넣었다.
복검(腹劍)일지언정 구밀(口蜜)했던 그 자리가 끝난 뒤 강금실은 대검 측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차례가 말석의 그 부부장 검사에게 이르렀을 때 강금실은 그의 손을 잡은 채 옅은 미소와 함께 말을 꺼냈다.
훗날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그, 조은석은 몸 둘 바를 모른 채 그 유골(有骨)의 덕담을 받아안아야 했다.

그에게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다. 나라종금 사건 주임검사로 맹활약하면서 노무현 정권 실세들을 속속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긴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대검 중수부에서 벼린 칼을 휘두르고 있을 무렵 중수부에 한 후배 검사가 전입해 왔다.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넘어온 윤석열 검사였다. 먼 훗날 특별검사와 핵심 피의자라는 기구한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운명적 조우 순간이었다.

들어가며

올 것이 왔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7개월여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두 달여 만에 3대 특별검사팀이 일제히 돛을 올리고 출항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건희 여사까지 특검의 칼끝을 정면으로 받아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또한 해소되지 않은 의문, 즉 국무위원들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계엄 사전 인지 또는 공모 여부, 김 여사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각종 비리 의혹의 실체, 젊은 해병 죽음 이후 벌어진 권력의 이해하지 못할 행태들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더중앙플러스는 올 하반기 최대 이슈인 특별검사팀의 일거수일투족을 더중앙플러스만의 시각과 형식으로 전해 드립니다. 기존 매체들이 다루지 않는 사안의 앞과 뒤, 그리고 속내를 짚어보면서 부르는 자와 불려오는 자들의 면면을 생생하고도 심층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수사력·친화력 양수겸장…조은석, ‘스타 검사’로 발돋움하다
조은석은 날카로운 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