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말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5세대는 보편적 의료비(급여 의료비)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적정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보험금이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도수치료를 포함한 근골격계 치료와 주사제 등 일부 항목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험업계가 신규 상품 준비 작업으로 분주한 가운데 병의원은 여전히 수백만 원대의 ‘의료 쇼핑’을 유도하는 분위기다. ‘과잉 진료’의 온상인 1세대 및 2세대 초기 가입자의 계약 재매입 시행 방안이 선택 사항이 되면서 이들에 대한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2만 원에 ‘피부 레이저+수액’ 시술까지
서울 강남의 A 의원은 동네 주민들에 피부과(미용)와 수액 시술을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회당 2만 원 남짓에 맞춤형 레이저와 수액까지 가능하다. 개원 초기에는 40~50대 여성 환자가 주를 이뤘는데, 이들이 자녀까지 데려오면서 주말에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관리실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진을 예약하려면 한 달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A 의원은 실손 최대 청구 금액인 20만 원에 맞춰 10회분인 200만 원을 한 번에 결제하도록 한다. 방문 시마다 진료확인서와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서류를 발급해준다. 청구 금액은 수액(비급여)과 진료비(급여)를 합하면 21만 원 정도. 수액은 매번 종류가 다르지만 합쳐서 20만 원이 되도록 산정한다. 이 병원 이용자 B 씨에 따르면 어느 날은 ‘감초 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 주 20ml가 20만 원이지만, 또 어느 날은 이 주사가 5만 원이고 다른 주사가 각각 10만 원, 5만 원 등으로 기재된다.
진료확인서 병명은 첫날 실시하는 혈액 검사를 바탕으로 적힌다. 검사는 무료이며, 피부 상태 진단까지 한 후 의료진과 함께 앞으로 진료를 어떻게 구성할지 상의한다고 한다. 병명은 환자마다 다르지만 ‘상세불명의 비타민 D 결핍증’, ‘상세불명의 위염’, ‘알레르기성 두드러기’ 등이 주를 이룬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그날그날 상태에 맞춰 시술한다.
동네 이웃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됐다는 B 씨는 “수액을 받으며 피부 상태에 따라 레이저 시술까지 해주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 다만 병원에서도 환자가 계속 청구하면 꼬리가 밟히니 프로그램이 한 번 끝나면 또 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B 씨는 전체 금액 21만 5090원 중 19만 4500원을 돌려받았다.
#병원도, 환자도 5세대 변경 신경 안 쓰는 분위기
강남의 또 다른 B 병원은 퍼스널 트레이닝(PT)과 필라테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A 의원과 동일하게 1회 최대 청구 한도인 20만 원에 맞춰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도수치료 결제 횟수에 따라 PT와 필라테스 등 운동을 환자가 선택해 받을 수 있다. 결제는 10회부터 가능하며, 도수치료를 10회 끊으면 PT 혹은 필라테스를 ‘10회+알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운동기구는 일반 헬스장처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50대 여성 C 씨는 “애초에 재활보다는 PT 수업이 목적이었다. 일대일 PT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 어깨에 미세한 통증이 있는 정도고 평소 지병은 없지만, 엑스레이를 찍고 의료진과 상담 후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고 설명했다. C 씨는 25회분 500만 원을 선결제했다. 소개를 받고 왔다고 하니 운동 횟수를 다른 환자보다 많은 30여 회 넣어줬다고 한다. C 씨는 “실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병원에선 ‘엑스레이를 찍으면 우리 모두 환자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올해 말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를 앞뒀지만 환자와 의료진 양측 모두 이를 신경 쓰거나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국이 신규 실손보험에서 비중증 비급여(특약2)에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보장은 제외될 예정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미 별다른 제약 없이 보험금을 받았던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들에게는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 쇼핑’의 중심축이었던 이들은 보험료 부담이 없는 한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적다.
당초 지난 1월 정책 토론회에서는 계약 만기까지 개정 약관 적용이 불가한 1세대 및 초기 2세대 총 1600만 건에 대해 법 개정을 통해 약관 변경을 적용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강제 전환’ 논란에 부딪혔고, 이에 다른 실손보험 개혁방안의 효과를 먼저 살핀 후 계약 재매입을 시행하기로 결론이 났다. 당국은 보험업계와 추가 논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 중 계약 재매입 실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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