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화장품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K뷰티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에 오르며 화장품 강대국 프랑스를 제치기도 했다. 이같은 K뷰티 열풍의 중심에는 중소·인디 브랜드들이 자리한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세를 이끈 숨은 공신으로는 인공지능(AI) 테크 기업들이 꼽힌다. AI 기술을 활용해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 자동화, 해외 시장 진출, 현지 고객 경험 개선 등을 돕기 때문이다.
뷰티 산업과 연관된 AI 기업들은 AI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이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며 매출 증가 등 실질적인 성과가 잇따라서다. 올해 AI 시장에서는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가 주요 영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AI 테크 기업들과 K뷰티 브랜드들의 시너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마케팅·리뷰 서비스 자동화
인덴트코퍼레이션은 AI 기술로 브랜드의 고객 관리와 글로벌 마케팅 자동화를 돕는다. AI로 1인 브랜드도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커머스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로 운영 비용 절감과 효과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의 대표 영상 리뷰 솔루션 ‘브이리뷰’는 아마존보다도 8개월 앞선 2020년 론칭했다. 이후 4년간 7000개 이상 기업이 도입해 구매전환율이 최대 6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지난해에는 자회사 ‘제리와콩나무’를 설립하고 SNS·인플루언서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 ‘스프레이IO’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존 수작업 방식 대비 9배 높은 성과에 론칭 직후 올리브영, 닥터지, 스킨1004 등 30곳이 넘는 K뷰티 선도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했다.
이같은 AI 솔루션 도입 확대에 힘입어 인덴트코퍼레이션은 4분기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에는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브이리뷰와 스프레이IO의 현지화를 진행 중이다. 올 1분기 내에는 미국과 일본 법인도 설립 예정이다.
브랜드 지식재산권 보호도 AI가
마크비전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브랜드와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IP 종합관리 ‘마크AI’를 운영한다. 1500개 이상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위조상품과 무단판매, 불법 콘텐츠, 온라인 사칭 등 다양한 IP 침해 사례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제재한다.
마크비전의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기존 수작업으로 1시간 이상 걸리던 위조상품 탐지와 신고 과정을 3분 이내로 단축했다. AI가 상품의 이미지와 가격, 원산지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위조 여부를 판단하고, 신고서 작성과 제출까지 자동화했다. 이를 통해 월 평균 10만 건 이상의 위조상품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위조 탐지는 온라인 탐지와 오프라인 테스트 구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90% 이상의 정확도를 달성하고 있으며 아누아, 조선미녀, 바이오던스 등 주요 K뷰티 브랜드들이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신시장도 두렵지 않다” 판로 확대 조력자
블리몽키즈가 운영하는 마카롱은 인도 최대 K뷰티 플랫폼으로 380여 개 브랜드의 1만 8000여 개 제품을 현지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인도 진출 최대 장벽이었던 위생허가 인증(CDSCO) 과정을 AI로 자동화한 덕에 가능한 성과다. 제품 하나당 18종의 서류가 필요하고 수출 시 6~7종의 추가 서류가 요구되는 복잡한 인증 절차를 블리몽키즈는 AI 자동화를 통해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시켰다.
또 체계적인 시장 분석과 AI 기반 유통 시스템을 토대로 월간 활성 이용자 120만 명을 확보, 인도 K뷰티 수출 시장 점유율 2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블리몽키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9% 성장한 33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AI 수요예측 시스템으로 재고관리 최적화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 확장을 통한 체험형 유통 플랫폼으로의 진화도 꾀하고 있다. 마카롱은 연내 중동 6개국 진출을 앞뒀으며, AI 기반 위생허가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K뷰티·AI 시너지 확대 전망…시장에서도 관심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향후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품목에서 뷰티의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K뷰티의 열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추진 과제로는 ‘해외 수출을 위한 마케팅 지원 확대’가 78.6%로 1순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용 효율화와 성과 극대화를 돕는 AI 기술과 테크 기업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K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어 AI 테크 기업들도 함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들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AI 테크 기업들도 가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M&A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