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경제학

2024-09-23

올해도 추석 연휴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았다. 고향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뿌리를 상징하는 장소이며 감정의 원천이자 기억의 보고이다. 고향에 대한 감정과 기억은 각 개인 삶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한 연결고리이며 회귀본능이 우리를 이끄는 곳, 그곳이 바로 고향이다.

회귀본능을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생물이 연어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는 중요한 과정을 거친다. 고향에 대한 애착과 연어의 회귀 본능은 우리에게 자연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연어의 고향 방문은 곧 그 지역의 축제이다. 연어를 먹이로 하는 포식자들에게는 성찬의 시기이자 지역 주민들에게는 관광 활성화를 통해 경제적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연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천의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동안 축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다. 산란과 회귀의 선순환 구조가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어로부터 배울 수 있는 좋은 경제학적 사례이다.

명절 고향 방문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 정서적 유대감을 다시 한 번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모멘텀을 제공하는 중요한 이벤트 기간이다.

명절 기간 동안 지역 상점에서의 쇼핑, 전통 음식 구매, 관광지 방문, 축제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는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특히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에 많은 기여를 한다. 금융회사 한 곳이 2023년 추석 연휴 기간 카드 소비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과 광역시는 일평균 결제액이 감소한 반면 지방은 3% 늘었다는 결과에서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추석 귀성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78.8%로 전년 대비 2.8%p가 증가했다. 고물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 1인 가구의 증가, 변화하는 가족에 대한 개념 등이 여러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에 대한 의미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고향은 ‘정착하는 곳’이 아니라 ‘떠나야만 되는 곳’으로 변했다. 어려운 경제, 부족한 일자리와 열악한 교육 환경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2024년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이 넘는 121곳이 인구 감소가 심각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 되었고, 이중 52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조만간 지도상에서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있다.

지방소멸을 막고 고향을 살리자는 취지로 탄생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는 시군 지자체 그리고 농협과 여러 기관들의 참여와 관심을 통해 전국 지자체 중 세 번째로 많은 85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기부금은 지역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이며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고향사랑에 대한 우리의 작은 기여가 모여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기 위해서는 연어알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생태계 조차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고향도 마찬가지다.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과 출세를 위해 타지로 떠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을 등지고 살수는 없을께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2~3배 길어지는 귀성행렬을 마다하지 않고 찾으며 모처럼 만난 부모님의 잔소리 마저도 감사로 느낄 수 있는 곳이 고향인 것이다.

고향이 살아야만 우리가 있다. 이런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주춧돌 중 하나가 바로 고향사랑기부제이다.

우리 모두 고향사랑기부제에 지금 참여하여 고향을 지킵시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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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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