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앞 앉아” 지옥 관문 뚫었다…베를린필 유일한 한국인 그녀

2025-05-08

4월 29일 베를린. 오후 1시가 되자 악기를 배낭처럼 멘 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오늘 연습이 끝났다.

“무대 뒤 카페테리아로 같이 올라가요.”

베를린필의 비올라 연주자 박경민이 길을 안내한다. 커다란 호른을 든 연주자 한 명이 지나갔다. 오랜만에 세계에 등장한 호른 천재, 1999년생 호른 수석인 중국의 윤쳉이다. 캐주얼하게 인사한 박경민이 계속해서 계단을 오른다.

“오늘 연습 시간에 저 분 엄청 칭찬을 받았어요. 지휘자가 브람스 1악장이 끝나고 호른 수석 자리까지 가서 이름이 뭐냐, 어디에서 왔냐….” 이날 연습의 지휘자는 무려, 리카르도 무티(84). 1972년부터 베를린필에 초청받았던 지휘자다. 잠시 후 선글라스를 걸친 무티가 우아한 걸음으로 카페테리아를 가로질렀다.

박경민은 이 모든 것에 아직도 처음처럼 신난 모습이었다. 그는 현재 베를린필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다. 2019년 첫 한국인으로 임원된 이래 6년이 됐다. “정말 이런 얘기 하기가 죄송할 정도로, 엄청나고 행복한 직장이에요.”

하루 전 저녁에 3시간 내리 이탈리아 오페라(나비부인) 공연을 한 오케스트라는 언뜻 딴 세상인 것 같아도, 연주자들에게는 직장이다. 오전에 출근해 연습이 끝나면 퇴근하고, 한 시즌에 휴가를 많이 쓰면 다음 시즌에 연주를 더 많이 해서 날짜를 채워넣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직장이 죄송할 정도로 행복할 수 있을까. 박경민이 베를린필 단원의 생활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된 비결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이날의 연습 풍경부터. 박경민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연습에서 소름 돋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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