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시립교향악단 비상임이사로 위촉되면서 야당과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예술계를 위축시킨 인사가 반성없이 서울시 산하 예술단체에 재기용됐다는 것이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지난 9월 서울시향이 낸 비상임이사 재공고에 지원했고 임원추천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지난 8일 서울시로부터 이사로 위촉됐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재임했다.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작성해 차별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 1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때 조 전 수석도 복권했다.
복권 후 3개월도 안돼 서울시향 이사직에 오른 것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채식주의자>로 지난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도 포함됐던 사실이 다시 알려지며 재조명됐다.
조 전 수석의 이사 위촉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시에 대한 반발이 잇달았다. 문화계 25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블랙리스트를 통해 예술인들의 목줄을 옥죄고 한국예술생태계를 괴멸적 상황으로 몰고 갔던 이가 한마디 사과나 반성의 말도 없이 서울의 대표 예술단체의 이사 자리를 슬그머니 꿰찼다”며 “이런 인물을 이사로 최종 선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결정은 부패하고 무능한 패거리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국회의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과 서울시의 조 전 수석 상임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조 전 수석은)문화예술인의 삶을 짓밟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훼손한 장본인”이라며 “블랙리스트 범죄의 최전선 부역자”라고 밝혔다. 그는 “오세훈 시장은 셀프기소, 셀프사면의 윤석열 검찰 독재 미니미가 되려는 것이냐”며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상처에 아랑곳없이 블랙리스트 주범에게도 정치적 재기 기회를 주며 자기 세력만 모으는 자 모두 공범”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 전 수석은) 클래식 등 문화 분야에 조예가 깊고, 오세훈 시장 재임 1기 때도 서울시 문화정책에 많은 조언을 하신 분이라 일할 기회를 드리는 게 맞다”며 “민주당도 범죄 전과자들을 중용하면서 조 전 장관의 실형 이력을 문제 삼고 지적할 수 있는 입장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