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봉쇄·식량 차단’했던 남아공 폐광산서 시신 60구 수습

2025-01-15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봉쇄된 폐광산에 갇혀 있던 광부 수십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아공 당국은 지난해부터 불법 채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여러 광산을 봉쇄하고 식량을 차단하는 극단적인 정책을 벌여 왔다. 정부가 불법 채굴까지 내몰리는 빈곤층 현실을 외면한 채 ‘범죄 소탕’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CNN과 BBC 등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경찰은 이날 오후 북서부 스틸폰테인 광산에서 시신 최소 60구를 수습했으며, 9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조된 이들은 모두 불법 채굴 및 불법 이민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금광에 남은 인원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지 광부지원연합(MACUA) 등은 깊이 광산 내부에 500여명이 갇혀 있으며 이 중 109명이 숨졌다고 추산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기아와 탈수 증세로 숨졌다고 한다.

앞서 남아공 정부와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이곳 광산을 폐쇄한 뒤 물과 음식 반입을 모두 차단하는 ‘출구 틀어막기’ 작전을 폈다. 광부들을 지하 2.5㎞ 광산에 가두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면 체포하는 방식이다. 쿰부조 은차베니 내무장관은 “범죄자들은 결국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들 스스로 불법 광산에 들어간 것이지 우리는 보낸 적이 없다”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현지 인권단체 등은 법원에 해당 작전 중지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1~12월 봉쇄됐던 광산 출구를 개방하고, 음식 반입을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지난 주에는 주당국에 폐광산 내부에 남은 이들을 모두 구출하라고 명령하면서 지난 13일부터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MACUA가 폐광산 내부 상황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지하에 갇힌 광부들은 갈비뼈 전체가 드러나는 등 앙상한 몰골이다. 주위에는 비닐에 싸인 시체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영상에서 한 채굴꾼은 “며칠이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이는 편지로 “제발 우리를 꺼내달라. 시신 썩는 냄새를 견딜 수가 없다. 죽어가는 사람도 있으니 음식이라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1880년대 ‘골드 러시’ 당시 번성했다가 금이 점차 고갈되면서 버려진 6000여개 폐광산이 남아 있다. 이런 광산에 조금 남은 금을 노리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불법 채굴업자들이 늘면서 ‘자마자마’(줄루어로 ‘운을 시험하는 사람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들은 대부분 모잠비크 등에서 건너온 불법 이민자로, 몰래 캐낸 금을 암시장에 팔아 수익을 얻는다. 남아공 정부는 불법 채굴업자들의 범죄 수익이 600억랜드(약 4조6000억 원)에 달한다며 “경제와의 전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인 빈부격차와 30%가 넘는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한 점, 폐광산을 사실상 방치하며 관리에 소홀했던 점 등 때문이다. 메샤크 엠방굴라 MACUA 활동가는 “(현재 광산의 상황은) 너무 잔혹하다”며 “정부는 자마자마와 지역 사회에 무자비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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