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국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꼭 집어 이날부터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이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이 건조·소유·운영하는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 경우 특별 수수료 부과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이들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 안전 및 수출입통제국은 2025년 6호 상무부령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미국이 중국의 해운, 물류, 조선업에 301조 조사 및 조처를 해 중국기업의 합법적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화오션의 미국내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을 협조, 지지해 중국의 주권·안보·발전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며 “한화해운, 한화 필리 조선소,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한화해운 홀딩스, HS USA 홀딩스를 제재 리스트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국내의 조직, 개인은 이들과 관련 거래, 협력 및 활동을 금지한다”며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미국의 301조 조사 및 입항세 부과에 항의했다.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및 관련 기업이 사실과 다자경제무역규칙을 존중하고, 시장 경제와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며 조속히 관련 잘못된 수법을 바로잡아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는 사전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시행됐다. 베이징 외교 관계자는 “지난 9일 희토류 추가 규제와 달리 한화오션 제재는 사전 통지가 없었다”며 “중국 사업 비중이 작으면서 방위산업 비중이 높은 한화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제재는 이날 정오(미국 동부시간 14일 0시)에 맞춰 발표했다. 미국의 중국 입항세 부과 시점에 맞춰 발표함으로써 대응 조치임을 드러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앞서 이날 0시에 ‘미국 선박에 대한 선박 특별 입항료 부과 시행조치’를 발표하고 미국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국기를 게양한 선박,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대상으로 입항 수수료 부과를 시작했다.
한화오션 제재가 이달 말 경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의 다용도 협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한화 필리조선소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한국의 대미 관세협상 카드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견제하면서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하는 한화의 방산제품까지 견제하려는 이중 포석이자 양동책”이라며 “근거가 모호한 제재에 당당하게 항의하면서 핵심 소재와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