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美 외교안보의 신주류, ‘냇콘’의 부상

2025-03-26

탈국제주의 성향의 ‘국가 보수주의’

네오콘식 ‘가치’보단 ‘국익’ 더 중시

밴스·콜비 등 40대 인사 정권 참여

‘포스트 트럼프’ 때도 중핵 가능성

네오콘(Neocon)이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를 뜻하는 네오콘은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 때 강압적 대외정책을 주도했다. 자유시장경제와 미국식 민주주의 가치를 세계에 확산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 군사개입도 불사해 전쟁 매파로 불렸다. 미국의 전통적 보수주의가 대외문제에서 고립주의나 현실적 접근을 선호해 군사적 개입에 신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네오콘은 미국 대외정책의 세 기둥인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를 기세 좋게 장악했다.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존 볼턴 국무부 차관(1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네오콘의 대표 인사다.

지금 미국에선 신주류, 냇콘(NatCon)이 떠오르고 있다. ‘National Conservatism’의 약자로 중화권·일본에서는 민족보수주의, 국민보수주의로 번역한다. 국민국가(nation state) 중심의 관점에서 탈개인자유주의·탈글로벌리즘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국가보수주의가 더 어울릴 듯하다. 냇콘은 기독교 시각에서 전통적 가족관을 옹호하고 성소수자를 배척한다. 자유무역에 회의적이고 국가의 경제 주권 확보와 보호무역을 통한 국내 산업·노동자 보호를 중시한다. 유엔·파리기후협약 같은 국제기구·제도에 부정적인 반국제주의의 성향이다. 대외문제 개입에 전통적 보수주의와 달리 부정적이지는 않으나, 네오콘처럼 가치를 앞세운 적극적 관여도 아닌, 국가이익의 확보를 겨냥한 절제된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정책에 철학적·이론적 틀을 제공해 미국우선주의를 추동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숨 가쁘게 전개되는 동맹 압박이나 무역전쟁을 단순히 ‘거래의 기술’에서 비롯된 ‘미치광이 전략’으로 보면 한계가 있다. 아직 네오콘이 득세하던 때의 수준은 아니나, 냇콘도 깊고, 넓은 차원에서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러 접근도 같은 기독교 문명인 러시아와 연합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냇콘의 발상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정계, 대학, 정책연구소, 미디어 등에 포진한 냇콘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정권에도 참여하고 있다. 상징적 인물이 벌써 차기 대권 이야기가 나오는 J D 밴스 부통령이다. 밴스가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감사하라”고 면박을 주거나, 덴마크 반발에도 그린란드를 방문해 노골적인 미국편입 압박 행보를 보이는 것도 냇콘 노선의 연장에 있다. 냇콘 부상과 관련해 주목할 인사로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도 있다. 콜비는 트럼프 1기 때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를 지내며 국방전략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다른 냇콘 인사보다 대외문제에 더 적극적 개입을 주장하며 아시아 중시와 중국 견제를 강조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 유지가 국익 확보의 관건이며, 유럽·중동 등 다른 지역에서 축소한 힘을 인도태평양에 투사해 중국의 패권 부상을 저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자신의 저서 ‘거부전략(The Strategy of Denial)’에서 중국에 대한 반패권연합(anti-hegemonic coalition)의 성립을 주창하며 “일본과 인도뿐만 아니라 한국, 주요 동남아 국가, 호주, 심지어 러시아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가 향후 냇콘 노선을 얼마나 충실하고 일관되게 전개할지는 미지수다. 기세등등하던 네오콘은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전 이후의 난맥상, 2006년 11월 공화당의 중간선거 패배라는 국내외 정세 변화로 서서히 퇴장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현재 냇콘은 오피니언 그룹 내에 폭넓게 자리 잡았고, 트럼프 재집권을 통해 대중의 선택도 확인됐다. 41세의 밴스, 46세의 콜비를 보듯 젊은 냇콘이 장차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도 미국 대외정책의 주포(主砲)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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