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1000만 원대 저가 전기차에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 충격을 불러온 생성형 AI ‘딥시크’를 전기차와 통합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중국의 첨단기술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BYD는 전날 중국 선전 본사에서 행사를 열고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God’s EYE)’을 BYD의 전 차종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BYD가 판매하는 7만 위안(약 1390만 원) 대 소형 전기차 ‘시걸’에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BYD가 2023년 처음 선보인 ‘신의 눈’은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사용해 자율주차, 자동 제동 등을 가능하게 한다. BYD 설립자인 왕촨푸 회장은 이날 “자율주행은 짧으면 2년 안에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이 모든 사람을 위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더 나아가 BYD는 ‘딥시크’의 소프트웨어를 BYD 전기차 시스템과 통합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AI 우위에 있다는 인식을 뒤집은 딥시크가 중국 자동차 업체와 손을 잡으면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BYD가 자율주행 전기차 저가 경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현재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는 자율주행 기능을 평균 15만 위안(약 2980만 원) 이상인 전기차에 장착하고 실제 기능 활성화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BYD가 자율주행 비용을 절반으로 낮춘 셈이다.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도 소비자에게 구독료 명목으로 월 99달러(약 14만 원)를 청구한다. 블룸버그는 “BYD가 중국 전기차의 저가 경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YD의 저가 자율주행 전기차가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BYD가 자율주행 기술의 비용을 낮추면 테슬라 FSD의 후광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BYD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365만대로 독일 폭스바겐(298만대), 지리(201만대)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BYD 주가는 지난달 6일부터 3거래일 동안 16.6% 급등했으며 이날은 장 초반 4% 넘게 오르며 장중 신고가를 새로 쓴 뒤 상승 폭이 줄어든 상태다. 반면 지리자동차 주가가 장중 10% 넘게 빠지는 등 경쟁사 주가는 약세다.
BYD가 해외 수출을 본격화한 만큼 중국산 저가 자율주행 전기차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습격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BYD의 순수 전기차 인도량(176만 4992대)은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인도량(178만 9226대)을 1%대의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추격의 발판은 압도적인 연구개발(R&D) 인력이다. BYD가 총 11만 명에 달하는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자율주행 전문 개발자만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