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의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라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다. 조계사 대웅전에는 분향소임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로 제단이 차려졌다. 분향소를 찾아온 차혜숙씨(71)는 “어제 어린아이들도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초를 하나 올리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이렇게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설명조차 어려울 정도로 황망하다”며 “시간이 지나도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계속 기도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희영씨(30)는 “이렇게 가혹한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좋지 않아 기도드리러 왔다”며 “사고에는 정부와 기업의 탓도 있을 텐데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연말 회식이나 계획했던 여행을 취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민영씨(47)는 “애도기간 동안은 같이 슬퍼해야 하는 것 같다”며 “공무원들은 회식도 다 취소하고 연초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들었다. 이 마당에 여행을 갈 수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소현씨(27)는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이 있다고 하는데, 연말에 충격적인 일을 당한 이들의 몸과 마음을 잘 돌봐야 할 것 같다”며 “전국민적 트라우마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검은 리본과 국화꽃이 그려진 추모 이미지 등을 개인 SNS에 공유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촛불켜기’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장소에 촛불 아이콘을 놓을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온라인 사이트 ‘2024 온라인 촛불 지도’에는 검은 리본을 매단 촛불 300여개가 무안공항 근처에 켜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다음달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따라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광주·서울·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무안군은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르면 30일 밤부터 서울시청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가애도기간 선포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민도 있었다. X(옛 트위터)에는 “애도기간은 (정부가) 정해준대로 슬퍼하라는 지침인 것 같아 반대한다”라거나 “애도기간 동안만 추모한 다음 기간이 지나면 참사 책임이나 방향에 관해 묻고 애도하는 것을 유난스럽게 만들까 걱정된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이태원 참사 때도 정부가 일주일간 애도기간을 선포했으나, 유족의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영정, 위패 등이 없는 분향소를 설치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