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상륙한 ‘꿈의 비만약’ 위고비가 품귀 현상을 보이는 등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때아닌 치과의사의 약 처방권 폄훼로 비화하고 있다.
현행법상 치과의사는 의사와 동일한 처방권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일부 단체가 치과나 한의원에서의 비만약 처방과 유통 자체를 ‘불법’으로 명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당 논란은 지난 10월 23일 대한비만학회가 위고비와 같은 항비만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성명서에서 학회 측은 “(비만약) 처방이 불가능한 치과나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불법적인 유통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권은 의사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 이는 한약 처방권을 갖는 한의사의 권한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해당 성명서에서는 치과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권을 한의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마치 불법인 양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수의 언론 매체들도 이 같은 잘못된 내용을 여과없이 인용 보도하면서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위고비 유통사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치과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유통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나간 후 한의원과 치과에 납품을 못하도록 판매 정책을 변경했다”며 “당분간 정책이 변경될 여지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치과의사들은 전문성을 폄훼당하고 있다면서 공분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치과의사의 전문성을 폄훼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치과계 전문가들도 의료법상 치과의사의 임무인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목적으로 한다면 비만약 등 전문의약품 처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현 치대 교육과정에서 생리학·생화학·병리학·약리학 등 다수의 과목을 통해 비만의 생리·치료를 교육하고 있고, 비만과 구강 건강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와 학술적 근거가 넘쳐난다는 설명이다.
김영진 박사(전 심평원 상근심사위원)는 “가령 스트레스로 인한 이갈이 증상이 턱관절 질환을 야기한다면 항불안제를 처방할 수 있다”며 “또 그 원인이 비만이라면 치과의사도 처방권을 갖는다. 상병명만 정확히 명시한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욱 원장(TMD치과의원)도 “구강내과, 치과수면학회 등에서도 치과적 치료 목적으로 비만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데 컨센서스가 모이고 있다”며 “가령 비만 환자 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 목적으로 비만약 처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치협도 이같은 성명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치과의사는 의사와 동일한 전문의약품 처방권을 가진다. 비만 치료는 단순히 체중 감량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치주질환·수면무호흡증 등 구강 및 전신 건강과 연관된 문제”라며 “비만 치료제 처방을 제한하려는 논리는 비합리적 접근으로, 치과의사의 처방권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유관학회와 논의를 통해 치과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 가능 범위를 지속 연구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