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즐기는 겨울 여행
빅서, 태평양과 절벽이 빚어낸 절경
‘별 헤는 밤’을 즐기는 조슈아트리
오프로드 신세계 안자 보레고 사막
수려한 해변·도시경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는 따뜻한 기후와 밝은 햇살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높은 산들도 많고 사막지형도 있다. 뚜렷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계절이 있어 뜨거운 여름과 눈이 쌓이는 겨울이 공존한다.
캘리포니아도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도로 사정이 나빠져 일부 산간도로를 닫히거나 공원도 입장을 금한다. 스키를 타거나 겨울 스포츠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따스한 남쪽으로 여행하는 게 좋다.LA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와 서부를 포함하는 겨울에 다녀오기 좋은 장소들을 다음처럼 골라 보았다.
▶ 데스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는 국내에서 가장 뜨겁고 메마른 지역이라고 알려진 곳이라서 여름보다 겨울에 가는 게 좋다. 겨울에는 청명한 하늘에 상쾌한 공기가 감도는 곳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신비로운 색채의 바위산과 계곡이 정말 미지의 세계로 방문객을 인도하는 것 같다.
황량해 보이는 광야와 모래언덕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 근 1만년을 살아온 원주민들의 흔적과 개척시대를 거치면서 이곳에 살던 유럽 이민자들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워낙 넓은 지역이어서 숙박지와 방문 장소를 미리 계획하고 자동차도 미리 점검하는 게 좋다. 호텔이나 모텔 및 캠핑장도 예약해야 한다. 단지 퍼니스크릭에있는 선셋 캠핑장은 워낙 넓어서 예약이 없어도 하룻밤 지낼 수 있다. 정 갈 데가 없다면 선셋 캠핑장 기억하면 된다.
데스밸리에서 꼭 봐야 하는 곳은 국내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배드워터와 금빛으로 계곡이 물든 골든 캐년, 총천연색 파스텔 색채로 덮인 아티스트 팔레트, 신비한 지형의 자브리스키 포인트, 끝없이 펼쳐지는 소금밭을 내려다보는 단테스 뷰, 그리고 퍼니스크릭에 있는 보렉스박물관 등을 둘러 보면 좋다.
만약 사륜구동 자동차를 가지고 어드벤처 여행을 원한다면 바위들이 저절로 돌아다니는 레이스 트랙, 수억 년의 비경이 담긴 계곡 타이투스캐년, 스스로 노래하는 유레카 모래 언덕 등을 여행해 볼 수 있다.
주로 15번 프리웨이 선상에 베이커에서 들어가거나 395번 선상의 릿지크레스트를 지나는 178번 도로를 통해 들어간다. LA에서는 약 5시간 운전 거리이고 최소 2박 3일 일정으로 둘러보면 좋다.
▶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LA에서 3시간 운전 거리인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은 겨울에 방문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여름철에는 엄청 더운 곳이지만 겨울은 낮 기온이 60~70도 정도로 활동하기에 아주 좋고 맑고 청량한 공기가 흐르는 곳이다.
공원은 멋지게 늘어선 조슈아 트리와 바위무더기 사이로 하이킹하거나 캠핑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원에는 9개의 캠핑장이 있으며 예약이 되는 데가 있고 선착순도 있는데 겨울철 주말에는 거의 빈자리가 없다. 공원밖에 모텔들이 있지만 좋은 호텔을 사용하려면 약 1시간 운전 거리인 팜스프링스에서 묵어도 좋다.
이곳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자라는 조슈아 나무들의 군락지인데 옛적 몰몬 개척자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나무의 모습이 선지자 조슈아 같다고 조슈아 트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공원 내에는 여러 가지 둘러볼 장소들이 많은데 숨은 밸리와 바커댐이 특히 유명하다. LA에서는 거리가 머지않아 주말을 이용하여 다녀올 수도 있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
겨울철에 요세미티 국립 공원을 방문하는 것에는 확연한 장단점이 있다. 좋은 점으로는 일단 방문객들이 적기 때문에 숙박시설을 예약할 때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고 넉넉하게 요세미티 밸리를 둘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름철에 메말랐던 많은 폭포에 물이 흐르기 시작해서 운치가 있다. 무엇보다 여름철에 바짝 말랐던미러 레이크에 물이 차기 때문에 아름다운 미러 레이크를 둘러 볼 수 있다.
단점으로는 글래시어 포인트와 투알로미 메도우로 올라가는 도로가 막혀서 그쪽은 둘러 볼 수 없다.
▶ 앨라배마힐스와 마운틴 휘트니
395번 도로를 북상하여 소도시 론파인에서 만나는 앨라배마힐스는 거대하면서도 까칠한 바위 무더기들의 집합소인데 다른 혹성에 온 분위기이다.
이곳은 수백편의 서부영화와 공상 과학영화들이 촬영된 할리우드 영화의 야외 세트장으로 유명하다. 론파인 시내의 영화 박물관을 들르면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알 수 있다. 재밌고 신기하게 생긴난 바위들이 많아 짧게 하이킹을 하기에도 좋고 미국 본토에서 제일 높은 산인 마운틴 휘트니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들을 많이 찍어 볼 수 있다.
앨라배마힐스를둘러본 후 만약 도로 상태가 괜찮고 안전하면 마운틴 휘트니 등산로를 따라 론 파인 호수까지 다녀오는 것도 추천한다. 왕복 6마일의 론 파인 호수까지는 퍼밋이 필요하지 않고 미국 최고봉의 일부를 산행해보는 좋은 경험이 된다. 하지만 눈이 쌓여있다면 등산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론파인 마을에 숙박시설들이 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춥기 때문에 론파인 인근에서 캠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 빅서-몬터레이
서부 해안도로인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빅서를 다녀오는 여행은 봄 여름이 제격이다. 하지만 겨울철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제일 먼저 방문자들이 적어 호텔이나 캠핑장 예약이 쉽고 좀 더 여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LA에서 올라가면 약 3시간 30분 운전 거리인 모로베이에서부터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시작되는데 모로베이 시내에서 시푸드를 즐기면서 쇼핑을 해도 좋고 몬태나 데 오로 주립공원을 방문해 바닷가를 걸어도 좋다.
모로베이나 위편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 캠브리아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빅서로 진입하면서 멕웨이 폭포, 파이퍼 비치, 앤드류 모레라 비치, 가라파타 비치 등을 둘러 보면서 빅서 여행을 할 수 있다.
겨울 바다를 좋아한다면 둘째 날은 몬터레이에서 묵고 다음 날 17마일을 둘러보면서 노도처럼 밀려드는 거친 겨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중간에 캠핑할 예정이라면 플라스켓크릭 캠핑장이나 샌시메온크릭 캠핑장이 좀 여유가 있다. 저렴한 숙박장소로는 샌 시메온에비싸지 않은 모텔이 많이 있다. 2025년 현재 빅서인근의 1번 도로가 복구공사 중이어서 통과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빅서와 몬터레이를 구경한 후 좀 더 올라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수도 있고 101 프리웨이를 통해 LA로 귀환할 수 있다.
▶ 안자 보레고 사막 주립공원
언뜻 봐서는 삭막해 보이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청량한 공기 속에 무언가 모를 영성이 흐르는 곳이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간 수행을 하실 때 그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60만 에이커가 넘는 광대한 지역에 기기묘묘한 지형과 슬롯캐년들이 숨어있다. 하이킹하거나 캠핑을 하기에도 좋고 오프로드 자동차를 즐길 수 있는 지역도 있다.
배드랜드로 알려진 폰츠 포인트, 좁은 슬롯 캐년이있는 칼사이트 마인, 긴 슬롯 캐년인 더 슬롯 캐년, 호박처럼 자라나는 바위들의 펌킨 패치, 자연 오아시스 모테로 팜스 등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광야에서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장소들이 많다.
또한 보레고 스프링스 타운에는 작은 식당들이 있고 금속으로 만든 동물 형상의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색다른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러 곳의 캠핑장이 있으나 보레고 팜 캐년 캠핑장과 온천이 있는 아구칼리엔테 캠핑장이 유명하다.
LA에서는 약 3시간 운전 거리이며 가는 도중에 와이너리가있는 테메큘라나 사과의 도시 줄리안을 거쳐 가면서 샌디에이고 내륙지역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 샌디에이고
LA에서 2시간 운전 거리인 샌디에이고는 현대적인 대도시이지만 아름다운 해변과 도시경관에 더해 잘 보존된 전통적 타운도 공존한다.
미드웨이 항공모함 관광이나 1915년 만국 박람회가 열린 발보아 팍, 샌디에이고 동물원, 세계적인 해양 놀이공원 씨월드(Sea World) 등 볼거리가 너무 많아 하루 이틀에는 도저히 관광을 마칠 수는 없다.
좀 더 여유로운 장소로 코로나도 해변을 거닐거나 올드타운에서 쇼핑과 맛난 멕시칸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다.
▶ 서부의 자연 명소들
캘리포니아를 조금 벗어나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도 좋은 겨울 여행지가 될 수 있다. 네바다에는 라스베이거스와 후버댐 불의 계곡이 좋고 애리조나에는 그랜드캐년, 사와로 국립공원, 치리카와 내셔널 모뉴먼트가 있다. 뉴멕시코도 화이트 샌드라든지 칼스배드동굴 등 볼거리가 많다.
겨울에 여행할 계획이라면 기온과 날씨를 반드시 점검하시고 자동차도 미리 손을 보는 게 좋다.
큰마음 먹고 자녀들과 함께 넓은 도로를 따라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접하고 내가 사는 미국 땅과 친밀감을 더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