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이 한국으로 집결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은 공급 대비 수요가 저조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마룬파이브, 올리비아 로드리고, 칸예 웨스타, 웨스트 라이프, 두아 리파, 찰리 푸스, 요아소비, 뉴호프클럽, 유우리, 린킨 파크, 오피셜히게단디즘 등의 내한 공연이 잇따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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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 콘서트의 증가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음악 장르 내한 콘서트는 총 391건, 503회차 공연됐다. 이는 전년(2023년) 동기간보다 각각 142.9%, 156.6%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 역시 증가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티켓예매수는 53만268매, 티켓판매액은 643억7451만6336원으로 전년 대비 증감율은 각각 ▲41.4%, ▲48.1%다. 계속 증가세를 보이긴 하지만, 공급량의 증가폭 대비 수요 증가량은 다소 저조하다. 즉 수요량이 공급량을 따라가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그 이유를 ‘티켓 가격’에서 찾았다. 공연 특성별 현황에는 내한 공연과 축제 공연 두 장르로 나눠 지는데, 이들은 “(내한 공연과 함께) 축제 공연 역시 작년 대비 늘었는데, 오히려 축제는 공급의 증가세보다 수요의 증가세가 소폭 커 대중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연은 내한보다 축제에 있다는 해석”이라며 “내한 공연의 경우 티켓단가가 타 공연특성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이 그 연유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오는 4월 내한하는 콜드플레이의 경우 백스테이지 투어와 한정판 굿즈 등이 포함된 패키지석 가격은 108만원으로 책정됐고, 10월 진행될 밴드 오아시스의 내한 콘서트는 한정판 굿즈와 팔찌가 포함된 VIP 패키지를 41만7000원에 판매한다. 패키지 티켓을 제외하더라도 대형 공연장 기준 내한 공연 티켓은 25만원 내외로 책정된다.
물론 물가 상승으로 공연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비·대관비용·인건비 등의 제작비가 늘어난 만큼 티켓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계의 하소연도 무작정 외면하긴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화한다면 대중의 공연 접근성이 떨어지고, 문화예술이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올해도 내한 공연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첫 내한 이후 16년 만에 한국을 찾는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건스 앤 로지스를 시작으로 4월엔 콜드플레이가 8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15년 만에 재결합을 발표한 오아시스도 10월 내한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1월에는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 2월엔 미국 재즈 보컬 사마라 조이의 내한 공연이 이미 진행됐고, 오는 3월 1일에는 DJ 겸 프로듀서 제드와 미국 싱어송라이터 케시, 3월 28일에는 백스트리트 보이즈 멤버 닉 카터의 내한 공연 등도 연이어 열린다.
한 공연 관계자는 “티켓플레이션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선 ‘부르는 게 가격’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국내 아티스트의 공연은 물론이고, 구조적으로 그보다 티켓 가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내한 콘서트의 경우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싸도 볼 사람은 본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공연을 올리다 보면 결국엔 문화 향유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 공연에 대중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