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관계 이어져
트럼프 1기 때 27통의 ‘러브레터’ 주고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북·미 정상회담 조기 추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세 차례 만남으로 외교사의 전환점을 만들었지만, ‘핵 위협’이나 ‘협상 결렬’ 같은 급격한 방향 전환을 보이기도 했다.
2017년 1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하면서 북·미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늙다리 미치광이”로 돌려주면서 상호 비방전이 가열됐다. 심지어 서로 “핵단추” 자랑에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는 한층 격화됐다.
김 위원장이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참여 뜻을 밝히고, 3월에는 한국과 미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대결 구도는 대화의 흐름으로 전환됐다.
그해 6월 12일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새로운 양국관계 수립,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등 4개 항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전격적 만남은 톱다운 방식으로 성사됐으나, 그 과정에서 불안정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동반됐다. 하노이 회담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완화의 맞교환을 제시한 김 위원장과 ‘영변 플러스’를 요구한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가 충돌하면서 결렬됐다. 두 정상은 예정돼있던 오찬도 하지 않은 채 각자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 만남을 깜짝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전격 수용하면서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김 위원장과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장면까지 연출했지만, 이후 의미 있는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1기 임기 중 김 위원장과 27통의 친서를 주고받았던 트럼프 당선인은 그 편지들을 ‘러브레터’라 칭하며 관계를 부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여러 차례 과시했다. 김 위원장과 개인적 관계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됐다고 자평하고, 재집권하면 그와 잘 지내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매우 강한 리더”라고 추켜세우거나, 김 위원장에게 “미국에 와서 야구 경기를 보자고 제한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이미 미국과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면서 협상 재개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사람의 관계 흐름으로 볼 때 예상치 못한 극적 변화 여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