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마저 정부 돈 푸나…기재부 '재정 확대' 딜레마

2025-02-24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준칙을 갖고 있는 독일에서 재정지출 확대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기획재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의 총량을 제한하면서도 경제성장은 자극할 수 있는 스마트 미사일 같은 재정 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독일 총선 이후 독일 연정의 재정 정책 변화 여부와 그 강도를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번 총선거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대표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는 최근 “우리 헌법에 규정된 부채 브레이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채 브레이크는 독일 법에 명시된 재정적자 제한 조항으로 이 규정이 유지되는 한 독일의 구조적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에서 제한된다. 부채 브레이크를 수정한다는 것은 적자 제한을 풀고 정부 재정을 더 공격적으로 풀겠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재정준칙(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않도록 제한)과 유사하지만 강도는 더 세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구조적 경제 상황이 유사하다. 우선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연례 경제 보고서를 통해 올해 GDP 증가율을 기존 1.1%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한국 역시 여러 기관들이 차례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내렸다.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경기 부양 카드는 대표적으로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가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에 환율 압박까지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각국이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절하돼 환율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즉각 환율 조작국 지정 등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1월 월간 물가 상승률이 다시 2% 위로 올라서는 등 물가 여건도 금리 인하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재정 건전성을 외치던 정부 정책 기조를 뒤집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정책은 그 대상이 포괄적이고 효과가 1년 이상 걸린다”며 “소비 부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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