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윌셔 이벨극장에서 ‘도산’ 뮤지컬을 다시 한번 만났다. 2019년 초연 후 벌써 네 번째 관람이지만, 매번 새로운 감동과 깨달음을 안고 돌아온다.
우리의 역사를 도산 뮤지컬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매년 진발레스쿨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다. 영어로 자막도 나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도산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매번 울림이 깊은 이유가 뭘까. 스토리를 다 아는데도 또 보고 싶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마치 매년 12월이 되면 호두 까기 발레 공연을 보러 가듯 도산 뮤지컬을 보러 가는 그 이유는 바로 감동 때문이다. 도산 뮤지컬은 단순히 극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의 삶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일깨워준다. 뮤지컬이 주는 ‘내 꿈은 도산,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다’라는 메시지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각인된다.
‘나는 한국인.’ 우리는 태극기를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월드컵축구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를 때, 올림픽에서 한국의 승전 소식을 듣고, 노벨 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할 때, 마치 우리 집안에 경사가 난 것처럼 기쁘며 뿌듯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한민족으로 서의 정체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는 무대 위에서 빛나며 우리 민족의 뿌리와 가치를 일깨워 준다.
특히 미국에서 자라나면서 여러 문화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기 쉬운 2세들에게 이 뮤지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도산을 통해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유산을 이어받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뮤지컬을 통해 그들은 한국인의 용기와 단결력, 그리고 꿈을 향한 열망을 느끼며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와 더 깊은 연결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도산은 단순한 역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한인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꿈과 희망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2세 아이들은 안창호 선생과 같은 인물이 꿈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삶에서도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를 배울 수 있다.
한마디로, 도산뮤지컬은 한인 커뮤니티의 유산을 넘어, 미국에서 자라는 한인 아이들에게도 꿈을 향한 용기를 주고, 자신이 속한 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공연을 보면서 수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도산처럼 나라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곳 미국에 왜 왔는가, 내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내 안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올해 무대는 더욱 세련된 연출과 2층으로 구성된 무대 세트로 시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이 공연을 위해 밤 10시까지 연습해온 단원들의 열정 또한 대단하다. 배우들의 열창과 진지한 표정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마치 그 시대 속에 들어가 함께 독립운동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오페라 공연이라 발레공연을 보러 가면 가끔은 중간에 졸기도 했는데 도산 뮤지컬은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뮤지컬이 한인 이민자들이 겪어온 어려움과 그들의 강인한 의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통해 한인 2세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 배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누는 작품으로, 앞으로 전 세계에서 더 많은 무대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