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기술자 연봉이 이것 밖에 안돼?"... 車보험료 인하하는데 웃을 수 없는 정비업계

2025-01-23

상생경영 강조하며 보험료 인하하는데... 목소리 잃은 정비업계

업계 고령화, 인력 유출 커... 생태계 한 축으로 바라봐야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이 자동차 보험료를 인하하며 소비자 부담 덜기에 나섰다. 당장 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반색을 띄지만 반대로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곳도 있다. 정비업체다.

2024년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정비업체는 36,19명, 종사자 수는 91,4362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체 협력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정비업체는 5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이다. 정비업체는 정비수가가 인건비와 물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경쟁적인 보험료 인하로 수가가 더 줄어들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을의 입장 못 벗어나는 정비업... 대금 지급 차일피일 미뤄지기도

현재 자동차 정비 표준 공임비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조율한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2020년 4월 개정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출범했으며, 보험업계 대표 5명, 정비업계 대표 5명, 공익 대표 5명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협의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요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정비요금은 결국 개별 자동차 정비업체와 손해보험사 사이에서 사적 자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보험사가 일감을 주는 '갑'이기 때문에 협상 시 저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서울 동부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A씨는 "애초에 제3자인 정비업체가 왜 보험사에게 돈을 타야하는 구조인지 모르겠다. 피보험자인 소비자가 우선 정비 비용을 지불하고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험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맞지 않나"며 "병원의 경우 환자가 보험사에게 직접 돈을 받고 병원은 보험사와 다툴일이 없는데 정비업계만 이런 관행이 정착됐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또 과도한 비용청구를 통제하기 위함인 것은 인지하지만 사실은 영세한 정비업계가 소비자나 보험사 대신 부담을 안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경기 북부에서 30년간 정비소를 운영한 B씨는 "인건비, 자재비 모두 올라서 솔직히 보험사 수가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대금 지급이 미뤄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며 "우리는 업장이 작기 때문에 하루 이틀 안에 입금이 돼야 부품비 지출도 메꾸고 인건비도 내는데 보험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지급을 늦추 경우가 많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지만 불안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상생경영이라는데, 정비업은 생태계에서 소외

자동차보험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누적 적자가 약 7조원에 달했다가 코로나 이후 흑자구조로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3322억원으로 지난 2021년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보험료 인하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비업체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자동차정비정책 공청회에 참석한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업계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으며 인력 유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정비업이 고되지만 돈은 못버는 3D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0년차 정비공의 연봉은 3,500만원 수준으로 근무 일수와 시간, 경력 대비 낮다.

이에 자동차학과의 한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자동차 정비는 사람 생명이 달린 일임을 강조한다. 사고가 나면 최소 두명이 다치는, 생활에 밀접하고 중요한 부분 아닌가"라며 "자동차 업계가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비업을 생태계의 한 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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