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사당국이 북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의 국적을 숨기고 원격 근무 방식으로 미국 기업에서 일하게 한 일당을 적발했다.
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미국 국적의 에릭 프린스와 엠마뉴엘 애시터, 북한 국적의 진성일, 박진성, 멕시코 국적의 페드로 데 로스 레예스 등 5명을 미국 정부에 대한 사기 음모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플로리다 남부 연방법원이 공개한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소 64개의 미국 기업에 북한 IT 전문가들을 근무하게 한 뒤 86만6255달러(약 12억4000만 원)를 챙겼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북한 당국에 흘러간 돈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미 검찰의 추정이다.
국적을 속이고 취업한 북한 IT 전문가 중 일부는 1년에 30만 달러(약 4억3000만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IT 전문가 14명이 팀을 구성해 미국 업체와 계약하고, 1년에 8800만 달러(약 1263억 원)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소된 미국인 2명은 IT 인력회사를 운영하면서, 도난 또는 위조된 여권 등을 사용해 북한 IT 전문가들이 미국의 금융기관이나 다국적 소매업체 등의 원격 근무 업무에 지원하도록 도왔다.
이후 이들이 취업에 성공하면 각 기업이 발송한 업무용 노트북에 기업을 속일 수 있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뒤 북한 IT 기술자들에게 전달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플로리다에 있는 이들의 주거지에서 북한 IT 전문가가 미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업무 위치를 위장해주는 장비들을 발견했다.
검찰이 기소한 진성일과 박진성은 현재 중국 랴오닝성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국적의 페드로 데 로스 레예스는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지난 10일 네덜란드에서 체포됐다.
한편 FBI는 신분을 속이고 외국 기업에 취업한 북한 IT 전문가들이 회사 네트워크에서 민감한 정보를 탈취한 뒤 업체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FBI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회사 네트워크에 불법적으로 접근해 민감한 정보를 인질로 삼아 돈을 요구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승녕([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