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정점으로 최근 3년간 벤처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온 산업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다시 투자 규모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막아서는 데 창업 생태계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 VC의 기회는’을 주제로 열린 제12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원홍필 산업은행 벤처투자1실장은 “현재 중장기 벤처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는 단계로 앞으로는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고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원 실장은 “산업은행이 연간 벤처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5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규모를 유지하려면 연간 70개 이상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벤처 투자 규모는 2021년 총 2조2256억 원에서 매년 후퇴하고 있다. 지난해는 규모가 1조7160억 원까지 축소됐다. 특히 이 기간 직접투자는 6726억 원에서 5209억 원으로, 펀드 등에 출자하는 간접투자 규모는 1조5530억 원에서 1조1951억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창업투자전문회사와 신기술금융회사, 은행 등을 합한 국내 벤처 투자 규모가 17조 원에서 11조9000억 원으로 줄어든 것과 같은 흐름이다.
최근 국내 벤처 투자 총액이 감소했던 것에는 벤처기업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 직접적 원인이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실제 벤처기업협회에서 집계한 국내 벤처기업 신규 인증 추이를 보면 2020년 6935개에서 2023년 5173개로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 실장은 또 “고금리 시대가 되고 기업공개(IPO) 기술특례상장 시장이 위축되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대두된 것도 원인”이라고 짚었다.
산업은행은 벤처 투자를 계속 늘려나가야 하는 이유로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을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7년 사이 3.8% 잠재성장률을 기록했던 한국은 2030~2060년 0.8%로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1.2%), 이탈리아(1.2%), 일본(1.1%), 미국(1.0%)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치다.
원 실장은 “초불확실성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 저성장 추세 방지를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면서 “(벤처기업은)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는 펀딩하기가 어렵고 펀딩이 실패하면 침몰할 수 있다는 태생적 약점도 있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어 그는 “벤처기업은 기술이 중심인 회사인데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도 민첩해 투자 측면에서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