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에게 세안밴드를 씌우고 조심스레 눕힌다. 치약을 짜 칫솔질을 하고, 끝나자마자 발바닥 ‘핑크 젤리’에 거품 로션을 톡톡 바른다. 마지막으로 향수까지 한 번. 그 모든 과정을 얌전히 받아내는 강아지를 보고 있자면, 이 집의 진짜 ‘뷰티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다.
향수에서 테라피까지, 펫뷰티 뜬다
요즘 인기 영상 속 주인공은 사람보다 반려동물이다. 내 스킨케어보다 훨씬 복잡한 반려동물 스킨케어 루틴이 조회수를 끌어올리며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세포라 키즈’ 열풍 이후, 다음 타자는 ‘펫뷰티’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반려동물을 가족 이상으로 대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흐름이 프리미엄 펫 뷰티 시장을 강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반려견용 향수, 레드라이트 테라피, 클린뷰티 콘셉트의 드라이 샴푸가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털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휴먼 스킨케어와 웰니스 문법을 통째로 반려동물에게 이식한 셈이다.
그동안 기능성 샴푸나 기본 그루밍 제품이 전부였던 펫케어 시장은 이제 또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고기능성 샴푸, 반려동물용 퍼퓸, 레드라이트·PEMF 테라피, 오일·미스트 등 ‘모질 관리 럭셔리 라인’까지 등장해 선택지가 눈에 띄게 넓어졌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니지만, 반려인들의 ‘정서적 선물 소비’를 자극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쓰는 것과 같은 품질을 내 강아지도 써야 한다’는 심리가 프리미엄 펫뷰티의 성장 엔진이 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펫뷰티 시장도 뜨겁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4조 원을 넘어섰고, 2027년에는 6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특히 미용·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과거에는 기본 샴푸나 브러싱 제품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피부 트러블 케어, 알러지 대응 제품, 기능성 샴푸, 펫 스파·테라피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시장이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는 문화가 자리 잡자 소비 기준도 높아졌다. 사람용 화장품 수준의 안전성과 비건·클린뷰티 기준을 요구하는 40~50대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여름철 습도, 먼지, 알레르기 등 환경 요인으로 피부 질환이 잦아지면서 기능성 샴푸·진정·보습 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브랜드들은 천연 성분, 저자극 처방, 수의사 협업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서비스 시장도 활발하다. 반려동물용 스파, 맞춤형 미용 상담, 펫호텔+뷰티 패키지 등 ‘경험형 소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예쁜 털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반려동물의 건강과 일상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다.
펫뷰티는 이제 ‘미용’이라는 좁은 범주를 넘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높여주는 프리미엄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의 속도라면, 앞으로 강아지가 사람보다 더 복잡한 뷰티 루틴을 갖는 장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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