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와 예술 속 '돈'의 결정적 흔적을 분석한 책 출간
나폴레옹 봉쇄령, 르네상스 명화 속 탐욕 등 다양한 사례 제시
경제와 권력의 관계 조명, 교양서로서 가치 인정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령부터 르네상스 명화 속 환전상의 표정까지, 역사와 예술 속에 숨겨진 '돈'의 결정적 흔적을 한 권에 담은 책이 나왔다. 한국경제TV 앵커 김치형이 펴낸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가 그것이다.
이 책은 얼핏 무관해 보이는 사건과 그림들을 '돈'이라는 실로 꿰어 경제사의 숨겨진 맥락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나폴레옹이 영국을 봉쇄하려 세운 프랑스 해안 세관 오두막은 모네의 그림 속 풍경으로 남았지만, 정작 영국은 대서양을 넘어 북미·남미와 교역을 확대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반면 프랑스와 동맹국들은 경제난에 허덕이다 나폴레옹의 몰락을 자초했다. 프랑스 왕정의 황당한 소금세 '가벨'은 귀족과 성직자에게 면제 혜택을 주며 민심을 잃었고, 결국 혁명의 불씨가 됐다.
르네상스 화가 쿠엔틴 마시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환전상 부부는 성경을 손에 들고도 돈을 세는 데 눈을 떼지 못한다. 이 그림은 당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사회적 멸시와 인간의 이중적 탐욕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의 월스트리트와 골드만삭스 이야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17세기 말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로 가로등을 설치해 밤을 밝혔고, 범죄는 줄고 상인들의 활동 시간은 늘었다. 하지만 그 비용은 세금 인상으로 돌아왔다. 사회적 편익과 그 대가의 균형이라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딜레마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음을 증명한다.
덴마크의 명화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는 아예 그림 속 인물 위치를 돈으로 팔아 제작비를 충당했다. 중앙에 앉으려면 800크로네, 옆자리는 500크로네. 자본 시장의 논리가 예술 속에 그대로 투영된 순간이다.

저자는 노예 플랜테이션 시대와 현대 로봇 자동화 시대를 나란히 놓고 통찰한다. 과거에는 돈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면, 이제는 일자리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세상이 됐다는 것.
인쇄술 보급 이후 18세기까지 책 발행량 10억 권을 돌파하며 지식 공유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문맹률은 낮아졌으며 계급 사회의 금이 갔다. 인쇄술은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을 거쳐 산업 혁명까지 인류 발전의 가속페달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나폴레옹의 몰락, 프랑스 혁명, 르네상스 환전상, 암스테르담의 가로등, 심지어 코펜하겐 증권거래소 그림 속 '자릿세'까지, 겉보기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건과 작품들을 '돈'이라는 단 하나의 실로 꿰어낸다.
그 결과는 놀랍다. 독자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우리가 '위대한 역사'라 부르던 수많은 사건들의 배후에 늘 돈이 있었고, 그 돈의 흐름이 권력의 흥망과 시대의 방향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그림 한 점, 세금 한 가지, 가로등 하나가 어떻게 제국을 무너뜨리고 혁명을 일으키며 문명을 가속시켰는지, 이 책은 숨 가쁠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경제에 관심 없던 사람일수록 더 크게 놀랄 책이다. 예술과 역사를 사랑해왔던 독자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탄식을 수십 번 내뱉게 될 것이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무자비하고도 치밀하게 인간의 운명을 쥐락펴락했는지, 그 숨겨진 실체를 끝내 드러내는 탁월한 교양서가 바로 여기 있다.
저자 김치형은 한국경제TV 앵커이자 MBC라디오 〈주말 김치형의 뉴스 하이킥〉 진행자다. 한국경제TV에서 15년간 증권·금융·산업 분야를 취재한 기자 출신으로, 신약 개발 회사와 자산 운용사 임원을 거쳤다. 현재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KBS1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주는 '김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wind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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