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수도 워싱턴 D.C 한복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로 풍자한 조각상이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 워싱턴 D.C 내셔널몰에 ‘독재자 인증’(Dictator Approved)이라 불리는 약 2.4m 높이의 조각상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금색으로 칠해진 손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금이 간 자유의 여신상 면류관을 짓누르고 있는 모습이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이 발급한 허가서에 따르면 이 작품의 창작자들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날 열린 군사 퍼레이드와 권위주의를 풍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허가 신청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군사 퍼레이드는 “북한, 러시아, 중국 등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이 워싱턴 D.C를 행진하는 모습과 유사한 이미지”라면서, 조각상의 목적은 “이러한 억압적 지도자들이 트럼프에 찬사를 보냈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받침대의 네 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발언이 적혀 있다.
“트럼프는 매우 총명하고 재능있는 인물이다” (푸틴), “가장 존경받고,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오르반), “우리는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보우소나루) 같은 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로는 “각하”, “특별한 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비범한 용기“가 적혀있다.
조각상은 이 자리에서 오는 22일 오후 5시까지 약 일주일간 설치 허가를 받았다. 허가 신청자로는 메리 해리스라는 인물이 적혀있지만 연락처는 없었고, 실제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P는 다만 이 동상이 지난해 가을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를 풍자하는 약 2m 길이의 똥 조각상과 스타일이나 재질이 매우 유사하다고 전했다. 실제 작품이 설치된 위치도 같다.
당시 똥 조각상 아래에는 “이 기념비는 2021년 1월 6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이 신성한 의사당 곳곳에서 약탈하고, 소변을 보고, 대변을 보고자 미국 의회 의사당에 침입한 용감한 남성과 여성들을 기린다”라고 적혀 있었다.
‘독재자 인증’ 조각상에 대해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만약 이들이 정말 독재 정권하에 살고 있다면, 이 조각상은 지금 내셔널몰에 설치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