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집회, 일요일은 마라톤…꽉 막힌 서울

2025-03-17

서울 종로구에서 퀵서비스 기사로 일하는 A 씨는 일요일 아침 일찍 출근했다가 허탕만 쳤다. 마라톤 행사로 인해 차량 이동이 완전히 봉쇄되면서 한 시간 가까이 길을 헤매다가 결국 4개 콜 모두 취소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직장인 박 모(29) 씨도 최근 배달 음식을 시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음식이 안 오길래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배달 완료’ 알림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식당 측이 마라톤 교통통제 때문에 배달 자체를 취소해 놓고는 처리를 잘못한 것이었다.

달리기 열풍으로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대형 마라톤 대회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교통량이 많은 주말에 주요 도로를 통제하면서 불가피하게 이동 불편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 등 성수기에는 사실상 주말마다 대회가 열려 시민들 사이에서는 “토요일에는 집회, 일요일에는 마라톤”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17일 유정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라톤 행사와 관련해 시에 접수된 민원은 2023년 273건, 지난해 101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건) 대비 폭증한 것은 물론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2년(43건)과 비교해서도 각각 6배, 2.5배 이상 증가했다.

대다수 민원인은 교통 통제로 인한 이동 불편을 호소했다. 광화문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B 씨는 “지난해 가을에는 주말마다 마라톤 행사를 하는 통에 매번 지각을 했다”며 “시민 불편이 큰데 이렇게 자주 행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참가자 안전을 위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마라톤이 열릴 때마다 도로를 통제해왔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달리기 열풍에 힘입어 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교통 통제를 한 마라톤 15개 중 4개가 ‘1회’ 대회였다. 주말마다 도심 집회에 마라톤 대회까지 겹치며 시민 피로감이 겹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마라톤만 6개로, 매 주 한 개 이상의 대회가 열렸다.

마라토너들도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러닝 열풍이 불며 마라톤 신청 자체도 어려워진 마당에 시민들 눈치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 마라톤을 두 차례 완주한 이 모(29) 씨도 “최근에는 그냥 마음 편하게 혼자 집 근처 하천을 뛰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대회 개최를 막을 수 없다면 사전 공지라도 확실히 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서울시와 경찰은 △홈페이지 공지 △보도자료 배포 △교통 통제 현수막 설치 등을 통해 마라톤 개최 사실을 알리고 있으나 직접 찾아보지 않는 한 소식을 알기가 힘든 만큼 일괄적인 문자 발송 등의 방식이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측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대회 소식을 알릴 수 있는 홍보 방식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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