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선고 날 2만명 동원 ‘갑호비상’
안국역 등은 물품보관함 사용 제한
국회·尹관저 인근 따릉이 대여 중단
서울시, 野 불법 천막에 변상금 부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의 한 한옥카페 사장은 16일 길거리에 놓인 입간판 정리에 나섰다. 이날 오전 경찰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가게 주변 입간판 같은 것들을 모두 치워달라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선고 당일 장사가 무조건 안 되겠지만 가게는 열어둘 생각”이라며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불안감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일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서울 종로구 일대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탄핵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대비해 길거리 가게 입간판이나 화분, 가스통 등을 치우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헌재 인근 주요 고층 건물의 옥상 출입을 금지했다. 탄핵심판 당일 지지자들이 투신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등 돌발행동에 나서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헌재 담장에는 혹시 모를 지지자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이 설치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집회로 인한 혼잡이 예상되는 주요 역사 에스컬레이터와 무인 물품보관함 등의 사용제한 조치를 안내했다. 안국역, 광화문역, 한강진역 등 물품보관함에는 ‘역사 혼잡으로 인한 안전조치로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었다. 공사는 이들 역사의 출입구를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헌재와 국회,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의 따릉이 대여소는 다음 달 1일까지 한시적으로 폐쇄됐다. 지지자들이 자전거를 던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로노점상연합회는 선고일 헌재 인근 노점상들에 휴점할 것을 요청했다. 종로 일대 고궁도 폐쇄된다.
서울시는 야권이 헌재와 광화문 인근에 불법 설치한 천막에 대해 변상금 부과 등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종로구청 측이 두 차례에 걸쳐 구두로 철거를 계고했으나 야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공권력과 시민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집회 대응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재판관들의 만장일치로 인용되자 지지자들은 헌재로 돌격했고 6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경찰 버스를 탈취하는 과정에서 버스에 설치된 100㎏ 규모의 대형 스피커가 떨어져 지지자 4명이 숨졌다. 이번에는 차벽을 이중 삼중으로 고정하고, 시위대가 버스 위로 올라갈 경우를 대비해 에어매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설파괴나 방화, 경찰관 폭행 등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 체포한다.
탄핵심판 전날에는 가용 경력의 50%가 동원되는 을호비상을 발령하고, 심판 당일에는 100%를 동원할 수 있는 갑호비상이 발령된다. 선고 당일에 전국 기동대 337개와 2만여명이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헌재 주변에 기동대와 안전펜스 등을 집중 배치하고 전담경호대와 형사, 경찰특공대를 전진 배치해 재판관들의 안전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안승진·임성균·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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