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지 않은 이복현 금융위원장이 상법 개정안부터 홈플러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자본 및 금융 시장 현안에 대해 날이 갈수록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8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론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 경과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원장은 매주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 때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국회 현안질의에) 불출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질타했다. 13일에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토론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수장의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 원장이 직접 지원사격에 나서는 것이란 평가와, 튀는 발언으로 불필요하게 빈축을 사고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한 팀장급 인사는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당국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이 원장의 신념이 매우 강하다”며 “적어도 지금 부서장들은 대부분 이 원장의 의지에 발맞춰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금감원 인사는 “'삼성SDI의 유상증자가 긍정적'이라는 발언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며 “모난 돌이 정 맞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서 삼성SDI의 2조 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이니셔티브 등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는 이 원장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더욱 뚜렷하다. 특히 정부·여당이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를 위해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개선책으로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원장이 불협화음을 냈다는 것이다. 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해 ‘경제팀으로서 수용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오히려 ‘경제팀’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노선을 잡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10시 30분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월례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같은 날 언론 메시지를 내놓게 된 것인데, 발언 강도에 따라 대중의 관심이 한 쪽으로 쏠릴 수 있다. 금융위의 한 과장급 인사는 “지난번 이 원장이 기자간담회서 하루에 할 수 있는 말에 총량이 있다는 발언을 하더라. 오히려 매주 언론에 메시지를 내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