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장이 여러번 찍히거나, 특정 위치에 날인된 투표 용지가 서울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낙선한 석진호 후보는 “음모, 압력, 위력에 의해 투표가 이뤄졌다는 증거”라며 선거 무효, 당선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석씨는 11일 기자와 만나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협회와 당선된 정진설 협회장을 상대로 소송 두 건을 제기했다”며 “무기명·비밀투표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과정상 문제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씨가 보내온 소장에는 △무기명·비밀투표 원칙 위반 △선거운영위원장 자격 문제 △선거인단 추가 선정의 불투명성 △부실한 선거인명부로 인한 선거 운동 제한 △후보자 정보 허위 기입 등이 주요 위반 사항으로 명기됐다. 그중 무기명·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됐다는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석씨는 “전체 투표지 64개 중 기호 1번 후보(석진호)가 받은 8표와 기호 2번이 받은 9표에는 모두 ‘후보자란 중앙’에 1회씩만 기표돼 있다”며 “그런데 기호 3번(정진설)이 받은 47표 중 10표에는 ‘후보자란 특정 코너 부분’에 기표돼 있고 다른 16표에는 2회 또는 3회씩 날인돼 있다”고 말했다. 정진설 후보는 지난해 12월 투표에서 선거인단 64명 중 47명으로부터 표를 받아 이민걸(9표), 석진호(8표) 후보들을 제쳤다. 석씨는 “특이하게 표기된 표가 무려 26표로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개표는 각 후보 관계자들이 입회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후보 측이 특이하게 날인된 투표지 정확한 갯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석씨는 “선거인들이 미리 정진설에게 투표하겠다고 약속한 뒤 그걸 지켰다는 사실을 투표지를 통해 드러내고자 특이 표식을 남긴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유사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번 협회장 선거도 무효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제시된 ‘1998년 2월27일 대법원 판결문’에는 “후보자의 개별적인 주문에 따라 그 투표에 의하여 나타난 자신들의 의사 내용을 그 후보자가 알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투표용지를 특정한 방법으로 접어서 투표함에 투입하는 등 행위를 한 경우, 그와 같은 투표는 무기명·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나와 있다. 석씨는 “원고와 피고가 판사 앞에서 기표된 투표 용지를 모두 확인했고 투표 용지는 증거로 채택돼 보전돼 있다”며 “특이한 기표방식을 거론하는 선거인들 간 대화 녹취록, 개표 영상 등도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석씨는 “선거운영위원장으로 임명된 A씨가 당시 서울시축구협회 인사위원장이었다”며 “협회 내부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될 수 없다는 협회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진설 회장은 12일 소송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석진호씨 소송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선거 과정에서부터 끝난 뒤 석씨가 하는 일련의 행위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