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미 해군 MRO 첫 수주’ 한화오션, 방산 선박 분야로 보폭 확장

2025-04-0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면서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의 품목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반발해 캐나다‧중국‧EU 등도 보복 관세를 추진함에 따라 글로벌 자유무역 환경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은 틈새 시장 공략‧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서면서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해군 등을 상대로 MRO 시장 공략에 나선 한화오션의 성장세가 재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조세금융신문은 한화오션의 MRO 사업 추진 배경‧현황, 향후 전략 등에 대해 살펴봤다.

먼저 선박 대상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정비) 사업은 말 그대로 각종 선박을 유지‧보수‧정비하는 AS(사후관리) 사업으로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조선업과 달리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전체 선박 MRO 시장 규모는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의 MRO 시장 규모는 지난해 77조 9200억원 규모로 조사됐고 오는 2029년에는 85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 가운데 미 해군 함정의 MRO 시장 규모는 대략 20조원대로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 해군 MRO 시장은 대한민국 K-방산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실제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계는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국방부 역시 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RSF) 정책에 따라 군수 정비 허브를 인도‧태평양 지역 5개국에 구축한다는 계획 아래 대한민국을 방산 협력의 중요 거점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美) 해군을 상대로 국내 최초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에 성공한 한화오션이 재계‧업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 한화오션, 기술력‧신뢰 기반으로 ‘윌리 쉴라’, ‘유콘’ 등 美 함정 MRO 연속 수주

한화오션의 MRO 사업 성과는 지난 2024년을 기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1월초 한화오션은 독일 방산업체 가블러(Gabler)사(社)와 잠수함 양강마스트 분야 MRO 사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기술협약(SFA)을 체결했다.

양강마스트는 잠수함 상부 구조물에 설치되는 장비로 잠망경, 레이더, 통신기 마스트 등이 있다. 당시 한화오션은 그간 쌓아올린 장보고-III 배치-II(KSS-III Batch-II) 잠수함 플랫폼 및 주요 장비 국산화율 80% 성공을 기반으로 독일 가블러사와의 협력을 통해 MRO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어 같은해 2월 21일 한화오션은 국내 해군협회와 ‘함정 MRO 사업 연구결과에 대한 최종 발표회’를 갖고 ▲해외 주요 국가별 함정 MRO 현황‧수행업체 분석 ▲한국 해군 정비부대의 현황‧정비 업무 분석 ▲민간업체를 활용한 외주정비 발전 방안 등을 정밀 진단했다.

앞서 지난 2023년 한화오션은 미래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해군협회에 ‘한화오션의 함정 MRO 사업 추진전략 및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한 바 있다.

같은달 27일 미국 해군성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장관의 한화오션 방문은 미 해군을 상대로 한 MRO 사업 추진의 신호탄이 됐다.

카를로스 델 토로 장관은 그간 공식 석상에서 수 차례 “아시아 전역에서 미 해군 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한화오션 방문 과정 중 생산설비, 디지털생산센터, 시운전센터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 첨단 디지털 기술 접목 설비 등 선박 관련 주요 시설을 점검한 뒤 한화오션 관계자들과 미 해군의 MRO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 해군을 상대로 한 MRO 사업 추진 초기 과정에서 한화오션은 더 나아가 미 상선,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진출 등을 위한 해외 교두보 확보가 절실하다고 인식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방산‧조선 사업을 확대하고자 작년 6월 20일 국내 기업 최초로 1억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138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작년말 기준 직영인력 570명, 외주인력 920명이 근무 중인 필리 조선소는 지난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뒤 현지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왔다.

아울러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을 비롯해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 중이며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향후 필리 조선소를 북미 방산 시장과 연계된 프로젝트의 중심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미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포함한 방산 선박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필리 조선소 확보 후 작년 7월 22일 한화오션은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 MSRA)를 체결하면서 앞으로 5년간 미 해군이 규정한 함정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이후 8월 27일 한화오션은 한국을 방문한 잭 리드(Jack Reed)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장과 필립 골드버그(Philip S. Goldberg) 주한 미 대사와 함께 미 해군 MRO 사업의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준비 과정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이틀 뒤인 8월 29일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한화오션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MRO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 실제 작년 9월 2일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 배수량 약 4만톤‧전장 210m‧전폭 32.2m)’호는 정비 작업을 받기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했다.

‘윌리 쉬라’호는 6개월 가량의 정비 과정을 거쳐 올해 3월 13일 성공리에 미 해군으로 인도됐다.

한화오션에 대한 미 국방부의 관심도 커져만 갔다. 작년 10월 24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Steve Koehler) 제독(대장)은 직접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윌리 쉬라’ 함의 정비 과정을 직접 살펴봤다.

이때 스티븐 쾰러 제독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 MSC) 함정의 MRO 사업 관련 추가 협력 가능성도 논의했다.

한화오션에 대한 미 해군의 신뢰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작년 11월 12일 한화오션은 ‘윌리 쉬라’호에 이어 두 번째로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USNS YUKON)’함의 MRO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

지난 1994년 3월에 취역한 ‘유콘’함은 전장 206m, 전폭 29.6m, 배수량 약 3만1000톤의 급유함으로 한화오션은 이 함정을 올해 4~5월경까지 수리해 미 해군 측에 다시 인도할 방침이다.

◇ 미 해군과 MRO 사업에 이어 방산 선박 분야까지 협력 관계 확장

한화오션은 선박 MRO 사업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미래 먹거리인 만큼 확고한 핵심사업으로 삼을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당사를 포함한 국내 대형 조선 3사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10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며 “이들 100여개 업체의 수요가 높으면 이른바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도래하고 반대 상황에서는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중국의 저가공세,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더욱 줄게 돼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에 한화오션은 출범 당시부터 MRO 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했는데 MRO 사업은 경기 사이클을 타지 않는데다 두 자릿수대 영업이익률 창출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수주해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며 “그 배경에는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인증 획득 후 신속한 수주 진행 ▲철저한 비용 분석 및 사전 준비를 통한 적정 이익 확보와 높은 수익성 유지 ▲미 해군의 전력 증강 및 해외 조선소 협력 확대 기조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 등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올해부터는 필리 조선소를 북미 방산 시장과 연계된 프로젝트의 중심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특히 미 해군과 함정 건조 및 MRO 사업을 포함한 방산 선박 분야에서 협력기회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 해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체계적인 정비 인프라 구축 ▲현지 생산‧정비 역량 강화 ▲현지 중소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통한 사업 수행 안정성 확보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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