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빗대며 납작 엎드린 나토에 표정 푼 트럼프 “이건 갈취 아니다”

2025-06-26

“이것은 갈취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여기에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폐막일 기자회견에서 나토에 관해 한 발언이다. 1기 행정부 때부터 걸핏하면 유럽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던 것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그들은 정말로 자기의 나라를 사랑한다. 정말 멋졌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이곳을 떠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관해 온건한 발언을 하게 된 데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5% 지출’ 합의를 채택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회의 사정에 밝은 유럽 당국자 세 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지출 목표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꺼냈고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러시아가 나토를 침공하지는 못할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자 아부와 칭찬을 총동원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례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란 분쟁과 관련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아빠(대디)는 어떨 때는 강한 언어를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에 빗대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이 정당했다고 강변한 발언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필요할 때는 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나토 정상회담은 미국과 유럽이 ‘동맹들이 자국 방위를 위해 돈을 많이 내면 미국이 나토의 충실한 지도자로 남을 것’이라는 이해에 마침내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상회의 초점이 지나치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쏠리면서 중요한 다른 의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브리엘 란츠베르기스 전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나토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는 정치적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진짜 싸움”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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