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럽 자체 핵우산론 확산 속 핵무기 강화계획 공개

2025-03-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무시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유럽 자체 핵우산론'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가 핵무기 강화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동부의 뤽세유 생소베르(Luxeuil-Saint-Sauveur) 프랑스 항공우주군(공군)기지를 방문해 이곳을 프랑스의 핵 억지 프로그램의 주축 역할을 할 최첨단 기지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라주 2000-5 전투기 26대를 보유한 이 공군 기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기지 중 한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약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를 들여 기지를 현대화하고, 2035년까지 신형 라팔 전투기 40대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다쏘가 개발한 라팔 전투기는 핵미사일 운용이 가능해 프랑스 핵 억지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배치될 차세대 라팔 전투기(라팔 F5)에는 프랑스군이 개발중인 새로운 핵탄두 장착 공대지 미사일이 장착될 예정이다.

ASN4G (Air-Sol Nucléaire de 4ème Génération)로 명명된 새 미사일은 기존의 ASMP-R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2배 이상 늘어난 600마일(약 960㎞)을 넘어가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기지의 장병들에게 "우리나라와 우리 대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가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해당 기지의 현대화 작업에 맞춰 2000명의 군인과 민간인도 추가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핵무기 강화 계획 공개는 미국 도움 없이도 스스로 방어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자강론이 유럽에서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유럽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틀 안에서 사실상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받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나토 동맹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유럽에서 핵을 보유한 두 나라인 프랑스·영국과 핵을 공유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독일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최근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에 공감을 표현한 바 있다.

메르츠 대표는 이날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1960년대에 독일을 위해 이런 제안을 했다"며 "금기 없이 이 논의를 하는 것은 독일의 이익에도 그 어느 때보다 부합한다"고 말했다.

WSJ은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프랑스 주도의 '핵 우산론'에 현재까지 독일 이외에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가 관심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가 보유한 핵 탄두는 약 290기로 추정된다. 이는 수천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서는 크게 적은 수치다.

프랑스에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방문한 공군 기지 이외에 핵미사일 탑재 전투기를 운용하는 공군 기지 3곳이 더 있다.

공군 외에 프랑스는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하는 전략 핵추진 잠수함 함대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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